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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노숙자·가정폭력 피해자… 외출금지령에 두 번 운다

갈 곳 없는 노숙자·가정폭력 피해자… 외출금지령에 두 번 운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4-01 23:12
업데이트 2020-04-02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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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더 힘들어진 취약계층

伊 벌금 못 낸 노숙자들 즉결심판 택해
페루 투우장·美 주차장 등 대피소 개조
佛 가정폭력 급증에 임시 상담소 개설
유네스코 “학업중단 여학생 위험 증가”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노숙자와 빈민 등 복지 사각지대 계층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쉼터에서 31일(현지시간)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이 멀찍이 떨어져 주차 공간을 하나씩 차지하고 잠을 청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EPA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엄격한 외출금지령과 휴교령 등을 시행하는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취약계층이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머물 집이 없는 노숙자에게는 외출금지령 자체가 모순인 상황이 됐고, 집 밖이나 학교가 더 안전한 위기가정의 여성·여학생들은 출구 없이 학대를 견뎌야 하는 위험에 놓이고 있다.

가디언은 31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도시의 노숙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굶주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각국이 위반 시 벌금까지 부과하는 외출금지령과 같은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노숙자들은 돌아갈 집도, 벌금을 낼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 적발될 경우 이들은 벌금 납부 대신 치안법원의 즉결심판을 받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한 노숙자 단체는 내무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노숙자와 빈민 등 복지 사각지대 계층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전국민 외출금지령을 내린 페루 정부가 수도 리마의 아초 투우장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노숙자 대피소 전경.
리마 AP 연합뉴스
감염 사각지대인 노숙자 관리 문제로 고민하던 일부 국가들은 특정 장소에 이들을 모아놓기 시작했다. 페루는 수도 리마의 가장 오래된 투우장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카니발 축제가 열리는 삼바드롬을 노숙자 쉼터로 개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주차장에 선을 긋고 노숙자들을 대피시켰는데, 인근 호텔의 수천개 객실이 텅 빈 상황과 맞물려 비판이 제기됐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25일 전국에 3주간 봉쇄령을 내린 후 도시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빈민노동자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되자 수백㎞ 떨어진 고향까지 걸어가는 경우도 있다.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노숙자 대책 마련하는 각국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노숙자와 빈민 등 복지 사각지대 계층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일명 ‘선물의 펜스’에 노숙자와 빈민들에게 기부한 음식과 마스크 등이 담긴 플라스틱백이 걸려 있다. 당국은 면대면 접촉이 금지됨에 따라 이렇게 기부품을 걸어놓도록 했다.
베를린 EPA 연합뉴스
전 세계 위기가정의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랑스 양성평등부는 2건의 살인사건을 포함해 가정폭력 사건이 크게 증가하자 피해 여성들을 위한 임시 상담소를 개설하고, 이들이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숙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파리에서는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지난달 17일 이후 일주일 사이 가정폭력 사건이 36%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도 가정폭력 상담전화 건수가 평소보다 40% 이상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코로나19로 계속 함께 머물러야 하는 가족 간 학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네스코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 세계 15억 4000만명의 청소년·학생들이 코로나19로 학업이 중단됐고, 특히 7억 4300만명에 이르는 여학생들의 중퇴율과 학교 밖 성적 착취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네스코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시작된 가운데 특히 여성과 여학생들이 받는 영향은 더 광범위하고 파괴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2014년 에볼라 전염병 확산으로 학교가 폐쇄된 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일부 지역에서 청소년 임신이 65%까지 증가했고, 임신한 경우 등교가 거부되는 정책에 따라 상당수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4-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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