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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막장 공천 룰도 혁신도 없었다

입력 : ㅣ 수정 : 2020-03-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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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위에 전권” 약속 버린 野1당 대표
혁신 공천을 위해 공천관리위원회에 전권을 주겠다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마지막 순간 공천에 직접 손을 대며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측근을 살리기 위해 공관위의 의견을 뭉개고, 경선을 통해 공천받은 인사들을 직권으로 쳐내고, 당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청년벨트’ 젊은 후보들의 출마 기회를 빼앗으며 통합당의 공천은 ‘막장 공천’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3.25 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3.25 연합뉴스

황 대표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총선 공천을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황 대표는 “우리 정당사에서 보기 드물게 당 대표가 스스로 내려놓고 공관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한 ‘시스템 공천’이었다”며 “새로운 정치 신인들이 과감히 등용된 미래지향적 공천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 대표 사천이 없는 3무(無) 공천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 최고위원회와 공관위가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날 황 대표는 긴급 최고위를 새벽과 한밤중에 열어 친황(친황교안)계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에게 공천을 줬고, 공관위가 확정한 4곳의 공천을 추가로 취소(총 6곳)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전략적으로 지역구에 투입한 청년 정치인들은 경쟁력이 없다며 공천을 철회했다.

5선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젯밤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고 비판했다. 전날 최고위회의에 참석해 당 지도부의 ‘월권’을 지적했던 이준석 최고위원은 “막아내지 못해 착잡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황 대표의 공천 개입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연수을 공천에서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은 “황 대표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에게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왕·과천 공천이 취소된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북강서을 공천이 철회된 김원성 전 최고위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표는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에 대해 “분열과 패배의 씨앗을 자초한다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부작용으로 거대양당 정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제1야당 대표도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며 “2년 뒤 대선까지 바라보고 있는 황 대표 입장에선 당장 비판을 좀 받더라도 당내에 친황계 인사를 많이 배치하는 게 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3-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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