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동성 무제한 공급’ 사실상 양적완화…증권업계 “환영”

입력 : ㅣ 수정 : 2020-03-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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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3.26. 한국은행 제공

▲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3.26.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3개월간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던 전례 없는 조치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3개월간 매주 RP 매입…“금융회사 자금 신청액 전액 공급”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것이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은은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증권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발행 채권 8종을 추가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한은은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했고, 일부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오늘 한은의 유동성 지원 제도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양적완화로 보는 걸 꼭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환영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될 것”

증권가는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정책금융기관 발행채권을 담보로 RP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펌프 역할을 맡으면서 단기자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단기 유동성 위축 해소에 도움을 주고 향후 정부 금융안정 패키지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늘어나는 조달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향후 추경에 따른 국채물량 증가와 정책자금 지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축 효과에 대해서는 정책 대응이 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의 유동성 경색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사실상 양적 완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신용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하게 치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금융 시장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기존 정부 발표에도 기업어음(CP)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한은이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이어 신 연구원은 “한은이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서게 되면 시장의 단기 자금 수요가 떨어지고 결국 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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