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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소득 NO” 외친 洪 관료 한계일까 소신일까

“재난소득 NO” 외친 洪 관료 한계일까 소신일까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03-25 22:02
업데이트 2020-03-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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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실제 사용처 없는 재난수당
경제 멈춤 위기 속 엇박자 정책 우려”
일부 여권·지자체發 재난소득 우회 비판


“재난소득 안 주면 성장률 더 떨어질 것
비상시국에 구태의연 대책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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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각에서 재난수당 지원에 대해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민 대상 재난기본소득 지원에 부정적 소신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비상시국에 ‘재정건전성 도그마’에 빠져 정책적 상상력이 부족한 재정 관료의 한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 24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국가의 경우 영업장 폐쇄, 강제적 이동제한 등 경제 ‘서든 스톱’(멈춤 위기)이 사실상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긴급 부양책, 재난수당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급하더라도 긴급 방역과 마스크 대책, 재정·세제·금융패키지, 지역경제 회복 지원, 통화스와프, 금융 안정까지 시퀀스(절차)에 맞게 대응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코로나19의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여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긴급재난소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회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은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며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면 25조~50조원이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옛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등을 지낸 ‘예산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재정파수꾼’으로서 확고한 원칙이 있다”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규모만 준다는 게 재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신중했던 홍 부총리의 성향으로 미뤄 최근 잇달아 재정 관련 소신 발언을 내놓은 것은 결국 재정 안정을 절대시하는 기재부의 조직 논리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재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2%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면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재부 출신인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12일 “규모, 재원 조달 방법, 대상 등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전현직 예산 관료들의 모임 ‘예우회’에서 진념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료 선배들이 홍 부총리에게 무분별한 재정 확대를 경계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에선 2017년 대선 당시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현금을 주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관료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코로나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캐비닛 속에 비축된 구태의연한 정책만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미국보다 낮은데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지금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03-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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