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던 중 “미국인의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을 받고 “손만 잘 씻으면 된다”고 답하며 두 손을 비비는 동작을 하고 있다.
ABC 뉴스 동영상 캡처
ABC 뉴스 동영상 캡처
다른 병원에서 최근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 대학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2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59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환자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 최근 급격히 감염자가 늘고 있는 어떤 나라를 여행한 적도 없으며, 감염자와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 감염에 의한 첫 확진자로 보인다.
앞서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와 뉴욕 타임스(NYT)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를 인용해 이 환자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병원 인턴의 메모에 따르면 병원 직원이 일주일 전 CDC에 이 환자를 상대로 바이러스 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CDC는 중국을 다녀오지도, 감염자와의 접촉도 없었다는 이유로 검사 시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CDC는 이 환자가 접촉한 사람들 추적에 착수했다. 그가 어떻게 감염됐는지와 코로나19에 노출된 다른 사람이 있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WP는 이번 사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CDC는 “현재로서는 이 환자가 어떻게 (코로나19에) 노출됐는지 모른다”며 “이 환자는 미국의 공중보건 시스템에 의해 감지됐고 한 임상의가 잡아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지역사회 감염 첫 사례가 알려진 시점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국,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 제한을 당장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면서 적절한 시기에 할 수 있으며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강화된 주의’에서 나흘 만에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매우 매우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국민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취한 조기 국경 폐쇄 등 선제적 조치들이 주효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 19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지명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악관이 요청한 25억 달러 규모보다 의회가 더 많은 액수를 배정한다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로나19에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면 안된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독감 환자 흉내를 내 중국과 한국 등에서 숱한 희생자들이 나오는 마당에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기자가 “오늘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행동에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비비며 “아니다. 아마 들어봤겠지만 손을 씻고 청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평소 손을 잘 씻기로 유명한 자신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굳이 모든 손잡이를 잡을 필요는 없다”며 “누군가 기침하면 난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여기란 말을 되풀이하며 “일주일 전에 오랫동안 못 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최악의 열과 최악의 독감을 앓고 있다고 했는데 날 껴안으며 키스했다. 난 실례한다고 말하고 손을 씻었다. (여러분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감 환자처럼 힘없는 목소리를 내보였다. 잔망스러운 일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