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코로나 걸린 곳”… 우리도 피해자인데 ‘민폐 매장’ 찍혔다

입력 : ㅣ 수정 : 2020-02-2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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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동선 공개의 그늘
확진자 방문한 매장에 “너희도 죽어라”
매출 타격에 이유없는 비난까지 시달려
세세한 동선 공개에 사생활 침해 우려
바이러스 감염보다 주위 시선 두려워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국민 불안도 커졌다.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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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국민 불안도 커졌다.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일부러 전염시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우리도 피해자인데, 이렇게까지 욕먹어야 하나요?”

24일 서울 성북구 다이소 성신여대역점 김용자 점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이소 성신여대역점은 지난달 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5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곳 중 하나다. 김 점장은 “확진환자 동선이 공개되고 매장에 ‘너희도 모두 코로나에 걸려서 죽으라’는 전화가 2번이나 왔다”면서 “전염병 특성상 동선을 밝혀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지만, 가뜩이나 직원들 사기가 떨어졌는데 그런 전화까지 받으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역 사회에 빠르게 퍼지면서 정부는 확진환자의 동선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동선으로 추측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졌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확진환자는 물론 확진환자가 다녀간 가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등 사회 전체적인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국민 불안도 커졌다. 충남 보령 해양경찰서 방역 요원이 유치장을 소독하는 모습. 보령해경은 주 1회 청사를 정밀 소독하는 등 감염병 대응을 강화했다. 보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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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국민 불안도 커졌다. 충남 보령 해양경찰서 방역 요원이 유치장을 소독하는 모습. 보령해경은 주 1회 청사를 정밀 소독하는 등 감염병 대응을 강화했다.
보령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에 따라 확진환자의 동선과 상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확진환자가 방문한 모든 매장의 상호와 상세 주소가 낱낱이 공개돼 있다. 확진환자가 다녀간 서울 시내 한 식당 관계자는 “우리도 확진환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는데,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것 같다”면서 “방역이 다 끝나 감염 우려가 없는데도 손님이 ‘저기는 코로나 걸린 곳’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개되면서 도 넘은 비난도 줄을 잇는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진환자 두 명의 동선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들이 모텔을 다닌 기록과 헬스장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라인에서 욕설과 조롱을 받아야 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한 확진환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PC방을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놀림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3번 확진환자가 5일간 서울 강남과 경기 일산 일대를 돌아다닌 것을 두고 SNS 등에서는 ‘민폐’, ‘빌런’(악당)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언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며 동선을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는 자조도 나온다. 직장인 손모(28)씨는 “병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확진환자의 자세한 신상까지 공개되면서 지나치게 욕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의 코로나19 감염보다 확진환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2-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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