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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스카의 정치학’… 캐딜락 원 탄 트럼프, 900만 시청자 사로잡다

‘내스카의 정치학’… 캐딜락 원 탄 트럼프, 900만 시청자 사로잡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2-17 18:06
업데이트 2020-02-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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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층 많은 플로리다서 열리는 내스카

‘에어포스 원’ 저공 축하 비행 등 팬심 자극
관중석 “USA”“4년 더” 연호 터져 나와
시청자들에게 ‘트럼프 지지’ 효과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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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더 비스트’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인 ‘데이토나500’에서 선도 운행을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이 대회에 참석한 것은 두 번째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전용 차량 ‘캐딜락 원’이 트랙을 주행한 것은 처음이다. 데이토나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더 비스트’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인 ‘데이토나500’에서 선도 운행을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이 대회에 참석한 것은 두 번째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전용 차량 ‘캐딜락 원’이 트랙을 주행한 것은 처음이다.
데이토나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인기 자동차 경주대회인 ‘데이토나500’에 출격,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10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더 비스트’로 불리는 전용 리무진 ‘캐딜락 원’을 타고 트랙을 선도 주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더 비스트가 앞서 달리자 대회에 출전한 차량 40대가 뒤를 따랐다.

데이토나500은 미국 개조자동차경기연맹(NASCAR·내스카)이 주최하는 대회로, 내스카의 ‘슈퍼볼’로 비유된다. 타원형 서킷 경기장을 500마일(805㎞)에 해당하는 거리인 200바퀴를 돈다. 특히 내스카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여서 ‘내스카 대디’로 불리는 백인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날 행사의 TV 시청자가 900만에 이른다.

데이토나500이 열린 플로리다는 대선 후보들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주다. 선거인단은 27명으로, 투표 성향이 정해진 캘리포니아·뉴욕·텍사스 다음으로 많지만, 이들 주와 달리 부동층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정치인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요란했다. 그가 탑승한 공군 1호기가 축하 비행이라도 하듯 경기장 250m 위로 저공비행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미 공군의 곡예비행팀 선더버드가 F16 전투기 저공비행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 차량을 운전할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경주에 당장 뛰어들고 싶다”며 팬심을 자극했다. 그는 연설에서 “내스카 팬들은 누가 경기에서 이기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가족, 그리고 국가라는 것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USA”, “4년 더” 등의 연호가 터져 나왔다. 정작 대회는 폭우로 연기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AP통신에 “군중의 압도적인 환호를 듣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향한 군중의 함성을 듣게 되면 그 대통령을 좋아하거나 승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열렬한 반응에 정치인도 흥분하지만 TV 시청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만이 내스카에 손짓한 것은 아니다. 데이토나500에 처음 참석한 현직 대통령은 2004년 재선 운동 기간의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사상 처음 대통령으로 내스카 대회인 ‘파이어크래커400’에 참석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데이토나 트랙을 밟았지만, 대회 기간은 아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1992년 후보 자격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서던500’에 참석한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내스카컵 시리즈 우승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2-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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