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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달] “바이러스 덮친 세상, 창살 없는 감옥”…갈 곳 잃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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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2-16 10:54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복지관·급식소·목욕탕 ·체육관 등 노인시설 폐쇄…일 못 하는 서러움도 더해



“할머니 도시락 가져왔어요.”

복지관 직원의 부름에 맨발로 뛰쳐나온 길모(82) 할머니는 도시락을 받아들더니 갑자기 왈칵 울음을 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평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던 복지관 식당이 문 닫자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길 할머니는 “오랜만에 나를 챙기는 사람을 만나니 눈물이 쏟아져”라며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도시락을 가져온 직원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운 할머니는 “혼자 살다 보니 먹는 것이 제일 힘들고, 바깥에 나가지도 못해 온종일 멍하니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광주공원 ‘사랑의 식당’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중단했음에도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6시부터 노인들이 텅 빈 식당 앞을 서성거렸다.

이들은 코로나19 탓에 식당이 폐쇄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외로움에 잠도 오지 않아 무작정 평소 오던 습관대로 문 닫는 식당을 찾아 하릴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사랑의 식당 직원들은 사람들이 모이면 혹시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까 봐 서둘러 대체식이나 도시락을 쥐어 노인들을 되돌려보냈다.

사랑의 식당 관계자는 “광주는 물론 인근 시군에서도 사람이 몰려 평소 600여명에게 음식을 제공하지만,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나 독거노인 등 120여명에게만 도시락이나 대체식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폐쇄 사실을 모르고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안타까워 지급대상이 아니더라도 대체식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에만 있으면 보타져(말라) 죽어 버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한 14일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노인복지관 앞에서 만난 김종수(80) 할아버지는 “외로움이 병보다 두렵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로 열흘째 문이 잠겨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딱히 갈 곳이 없어 복지관을 찾아왔다.

광산구는 지역에서 16·18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이달 5일부터 914개 복지시설을 폐쇄 중이다.

복지관 내 바둑장기실, 휴게실, 탁구장,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김 할아버지는 건물 밖 야외탁자 주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

다리가 불편한 김재철(85) 할아버지는 모처럼 이들 모임에 합류했다.

어르신들은 ‘뭣하고 사느냐’며 언뜻 지청구처럼 들리는 반가운 인사말로 김 할아버지를 반겼다.

김 할아버지는 “노인네들은 같이 있어야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시간도 잘 간다”며 “갈 데가 딱히 없다는 게 여간 외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복지시설 폐쇄로 노인과 장애인의 정서적인 고독이 쌓이고 있다고 판단, 19일로 예정한 개관 시점을 이틀 앞당기기로 했다.

하루 300여명이 이용하는 목욕탕과 3천여명이 참여하는 요가·댄스 등 문화·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에는 오늘도 “언제부터 문을 다시 여느냐”고 문의하는 어르신들의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소일거리로 하던 일자리를 잃은 노인들도 한숨이 쏟아지긴 마찬가지다.

각 기초지자체가 진행하던 노인·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이 중단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어르신들은 자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날씨에 견디지 못하고 공원으로 쏟아져 나와 시간을 흘려보냈다.

광주 우산근린공원에서 만난 김모(74) 할머니는 “자녀들이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고혈압·당뇨 지병에 집에만 있으니, 온몸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 나왔다”며 “바이러스가 무서워 집안에만 있었더니 감옥이 따로 없다”고 한탄했다.

광주 지역의 폐쇄된 각 복지시설, 경로당, 급식소 등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짐에 따라 오는 18~19일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길게는 한 달여 동안 갈 곳을 잃은 어르신들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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