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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대화는 영어로…한국 온 중국인 관광객도 전전긍긍

마스크 쓰고 대화는 영어로…한국 온 중국인 관광객도 전전긍긍

신성은 기자
입력 2020-01-30 16:54
업데이트 2020-01-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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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여파에 명동·남대문도 ‘썰렁’…“상황 잘 몰라” 귀국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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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역 6번출구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선별 상담소가 출입통제되고 있다. 중구보건소가 설치한 이 상담소는 31일부터 운영된다. 2020.1.30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역 6번출구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선별 상담소가 출입통제되고 있다. 중구보건소가 설치한 이 상담소는 31일부터 운영된다. 2020.1.30
뉴스1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놀랐어요.”, “호텔 밖에 나오면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하고 있어요.”

중국 전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에게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로 불리던 주요 명소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고, 가족에게 줄 선물 대신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우한 폐렴’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던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30일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지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 판매점 역시 한산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있던 첸시(29)씨는 “최근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을 안 좋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신경이 쓰여 가급적 중국어로 대화하는 걸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한 힘내라’, ‘마스크’ 등의 문구를 중국어로 써서 간판 아래에 붙여둔 한 가게는 일회용 마스크를 상자째 팔고 있었다. 다른 가게와 달리 이 가게 앞에만 중국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절반 이상은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사진을 찍을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많았다.

아내, 딸 등과 함께 가족 여행을 왔다는 잔청(48)씨는 “한국인들이 많이 걱정할 것 같다”면서 “길거리를 다닐 때는 영어로 대화하거나 말 자체를 잘 안 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아직은 중국어를 쓴다고 눈총을 받은 적은 없지만 매우 민감한 상황인 걸 알고 있다”며 아내와 딸, 아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에서 약재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평소에는 거리에 중국인이 많았는데 확실히 줄었다. 장사가 안된다”며 “중국인들도 알아서 사람 많은 곳을 안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장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는 유 모(46) 씨는 “중국인들이 건어물이나 아몬드를 많이 사 갔는데 최근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던 깃발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최근 일부 가게에서는 우한 폐렴을 이유로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둥(廣東) 지방에서 여행 왔다는 한 여성은 “얼마 전 식당을 갔는데 중국인은 손을 소독하고 들어오라고 중국어로 적어놓은 종이를 봤다. 당연한 걱정이긴 하지만 조금 거북했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출장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도 걱정이라고 중국인 관광객들은 조심스레 털어놨다. 우한(武漢)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탓이다.

상하이(上海)에 산다는 한 여성은 “중국인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 불안해한다”면서 “아무래도 귀국하면 어디 나가지 못하고 계속 집에만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 뒤 쓰촨(四川)으로 돌아간다는 왕펑(35)씨는 “(중국)정부가 잘 통제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폐렴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바로 알려지지 않고 한 번에 계산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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