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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1-28 23:12
업데이트 2020-01-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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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 추모식

유럽 12곳 유대인 89% “반유대주의 증가”
유대인 증오 범죄 급증… 우려 목소리 커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오시비엥침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 기념식 촛불 점등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오시비엥침 EPA 연합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오시비엥침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 기념식 촛불 점등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오시비엥침 EPA 연합
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맞은 27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해 반성해 왔던 독일은 오는 7월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문’ 앞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은 유엔이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지정했으며, 올해로 75년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식은 최근 서방국가에서 유대인 관련 증오범죄의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BBC는 EU 산하기관인 유럽기본권청(FRA)이 최근 유럽 12개국의 유대인 1만 6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지난 5년간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실제 공격을 당할지 두렵다”고도 답했다.

반유대주의 증가 추이는 개별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2017·2018년 672건이었던 유대인 대상 증오범죄는 2018·2019년 132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무슬림 대상 범죄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이 541건으로, 전년(31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잔혹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던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 범죄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대인을 향한 증오범죄는 2017년에 1986건, 2018년에 1879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2017년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반유대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곳곳에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93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마리안 투르스키는 “누군가 역사를 두고 거짓말하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무관심해지는 순간,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아우슈비츠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날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늘어나는 것을 내 생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반유대주의의 부활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반유대주의가 독일의 유대인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면서 “독일이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 온라인상의 증오범죄나 잘못된 정보 등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1-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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