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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입 통해 침투 가능성… 오염된 손으로 비비지 마세요”

“눈·코·입 통해 침투 가능성… 오염된 손으로 비비지 마세요”

강국진 기자
강국진, 이현정,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1-28 23:12
업데이트 2020-01-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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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하는 바이러스 대처법

2주간 잘 대처해야 지역사회 감염 막아
마스크 종류보다 자주 바꿔서 착용해야
文대통령 전수조사 주문은 인력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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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과도한 공포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이러스 자체보다 불안과 공포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신문은 28일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 6명에게 전화 인터뷰를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원인과 대처법, 정부 대처 평가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앞으로 1~2주가 방역 골든타임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서, 그 뒤 돼지나 개에게서 발견됐다. 1960년대엔 사람에게서도 발견됐다. 이름 자체는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야생동물에서 중간 매개체를 거쳐 인체 감염된 것”으로 정리했다. 우한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한몫을 했다. 우한은 중국 국내 교통의 요지이고 인구 이동도 많다. 우한 자체의 인구도 1000만명이 넘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4일 긴급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속도(R0)가 1.4~2.5라고 밝혔다. 2002~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초기 단계와 비슷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숙주가 죽지 않고 다른 숙주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게 이롭다. 따라서 전염력이 높은 감염병은 치사율이 떨어지고,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은 전염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방 교수는 “바이러스는 결국 숙주와 화해를 하기 마련”이라면서 “문제는 시간이다. 이번처럼 바이러스와 사람이 갑자기 접촉하면 서로 타협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병원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는 걸 보면 전파가 잘 된다. 반면 치사율은 중국 당국에 따르면 4% 수준으로 독감(2~3%)보다는 높지만 메르스나 사스보다는 현저히 낮다”고 평가했다.

바이러스와 숙주의 접촉, 갈등과 화해라는 관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향후 경로를 예상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엄 교수는 “앞으로 1~2주 사이가 중요하다”면서 “이 기간을 잘 넘기지 못하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중국 춘제와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길게는 앞으로 2주 이내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손씻기·기침 예절 지키는 게 가장 중요

보건당국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마스크를 써라, 손을 씻어라, 기침 예절을 지켜라’ 같은 대처법은 사실 너무 뻔해 보인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뻔한 해법이 가장 좋은 해법일 수 있다”거나 “기본만 지켜도 절반 이상 해결한 거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마스크 종류보다 중요한 건 마스크를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엄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를 자주 바꿔서 착용하고 코와 입을 동시에 가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길거리까진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몰린 곳이나 밀폐된 곳에선 중요한 예방 조치”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보여 준 보건당국의 대처 수준에 대해선 좋은 평가가 많았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공존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일취월장했다”면서 “지금은 메르스 때보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며 우왕좌왕하지 않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대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김 교수 역시 “현재까진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까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A학점 정도는 된다”고 밝혔다. 반면 방 교수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아니면 투자를 안 하는 게 한국의 현 수준”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엔 화장실이 없는 병실이 많다. 그곳 전체를 격리병원으로 쓴다고 해도 정작 격리가 안 되는 곳이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미묘하게 의견이 갈린 대목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였다. 이 교수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보건당국에) 과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며 “생각해 볼 만한 방안 중 하나이긴 하지만 격리병실이나 운영인력 모두 부족한데 대통령 지시를 구현할 실질적인 시스템과 자원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1-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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