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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승무원에 욕설했다 징역 1년 2개월…캐나다는 최고 종신형

항공기 승무원에 욕설했다 징역 1년 2개월…캐나다는 최고 종신형

손지은 기자
손지은 기자
입력 2020-01-26 07:50
업데이트 2020-0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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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하루 평균 20만명 공항 이용
항공기 내 안전위협 불법행위 매년 늘어
美 징역 20년, 캐나다 종신형까지 가능
비상시 탈출 방해 금지 법안도 발의
명절 기간 붐비는 인천공항. 서울신문 DB
명절 기간 붐비는 인천공항.
서울신문 DB
설 연휴를 맞아 하루 평균 2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서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형의 항공기 내 불법행위 우려도 커졌다. 항공기 내 승객은 항공보안법에 따라 소란이나 흡연, 음주 후 위해행위나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 처벌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처벌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쳐 처벌 실효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 내 불법행위 건수는 2015년 이후 매년 400건 이상 발생했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16년 A씨는 자신이 짐이 많은데도 객실승무원이 탑승권을 확인하려 했다는 불만으로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에도 기내에 남아 약 5분간 승무원에게 욕설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달라는 승무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난동을 피운 A씨는 항공기 점거 및 농성행위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승무원의 지시를 응하지 않아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B씨 일행은 2016년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바꿔 앉고, 이코노미석으로 좌석이 지정된 유아를 비즈니스석에 안고 탑승해 승무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가 직무상 지시 불이행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A씨와 B씨처럼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불법행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흡연행위도 대부분 경고 또는 훈방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항공기 내 불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은 운항 중 승무원에게 폭행을 위협하거나 직무를 방해하면 최고 20년 이하 징역 또는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 벌금의 중형에 처한다. 캐나다는 기내 안전을 해치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실제 2019년 2월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하와이안 항공에서 한국인 승객 C씨가 옆자리 아동의 어깨에 발을 올리고 승무원들에게 난동을 부려 하와이로 회항한 사건의 경우, C씨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징역 6개월형을 받았다. 또 여객기 회항 비용과 승객들의 숙박비 명목으로 약 2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하와이안 항공에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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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윤관석(가운데) 소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윤관석(가운데) 소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국회에도 승객의 의무를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비상 탈출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는 현행법의 개정안도 나왔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 이륙 후 무르만스크로 향하다 회항해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 87명 중 41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일부 승객들이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자신의 짐을 찾겠다며 통로를 막아 여객기 뒤편에 있던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돼 사망자가 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다른 승객의 탈출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긴급 상황으로 비상 대피가 필요할 상황에 승객의 협조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이륙하기 전 출발 대기 중이거나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에서 이미 탑승을 완료한 승객이 단순한 심경 변화 등 개인적 사정을 들어 내려달라는 요구를 막는 법안도 있다. 대안신당 윤영일 의원은 “안전상 위험뿐 아니라 항공사와 다른 승객들에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이후에는 본인 또는 함께 탑승한 사람에게 긴급한 의료상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탑승객 벤자민 레비가 촬영한 아시아나 사고기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사진은 탑승객으로 갈비뼈 부상을 입고 50여명을 대피시킨 벤자민 레비 씨가 사고 직후 촬영해 트위터를 통해 올린 사고기 사진. << 벤자민 레비 트위터 >> 연합뉴스
탑승객 벤자민 레비가 촬영한 아시아나 사고기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사진은 탑승객으로 갈비뼈 부상을 입고 50여명을 대피시킨 벤자민 레비 씨가 사고 직후 촬영해 트위터를 통해 올린 사고기 사진.
<< 벤자민 레비 트위터 >> 연합뉴스
처벌강화나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객실승무원을 단순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는 심각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객실 승무원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본연의 임무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업무 수행이다. 항공안전법에도 객실승무원을 ‘항공기에 탑승해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이 중대한 불법행위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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