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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베이조스 폰 해킹 타깃은 WP”… ‘親빈살만’ 트럼프는 침묵

유엔 “베이조스 폰 해킹 타깃은 WP”… ‘親빈살만’ 트럼프는 침묵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23 21:48
업데이트 2020-01-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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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보도 감시용” 즉각조사 촉구

CNN, 백악관 저격 “특이한 동료애”
트럼프 사위 쿠슈너도 ‘왓츠앱’ 소통
베이조스, 카슈끄지 추도식 사진 트윗
사우디 외무장관 “완전한 추측”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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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설립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자인 제프 베이조스(56)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유엔으로 확대됐다. 유엔이 22일(현지시간) “즉각 조사”를 촉구하면서 “베이조스가 소유한 WP의 사우디 보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해킹”이라고 밝혔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낸 휴대전화 감식 결과 보고서에서 “베이조스의 아이폰X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의 왓츠앱 계정에서 2018년 5월 1일 오후 MP4 동영상을 받은 후 해킹됐다”며 “미국 및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동영상을 받은 수시간 동안 아이폰X 작동이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수개월간 탐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 보건대 베이조스 감시에 빈살만 왕세제의 개입 가능성은 사우디 문제를 보도하는 WP에 침묵은 아니더라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조스의 조사팀에 합류한 이야드 엘 바그다디는 언론자유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조스 해킹은 “아마존에 관한 것이 아니라 WP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자국 유력 기업인을 타깃으로 한 심상찮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백악관이 침묵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CNN은 백악관의 공식 논평이 없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 지도자들의 ‘특이한 동료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우디는 중동의 맹방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 빈살만 왕세제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이 즐비하다는 점이 침묵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빈살만과 왓츠앱으로 소통하는 사이라고 전했다.

베이조스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자말 카슈끄지 첫 추도식에 참석한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자말’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또 매체 미디엄에 쓴 기고문을 링크로 연결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해킹이 일어난 지 5개월 뒤인 2018년 10월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 그는 당시 WP 유명 기자였다.

이와 관련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 왕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완전한 추측이며, 증거가 있다면 우리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제는 베이조스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땄을까. 그는 2018년 3월 21일 미국을 방문해 베이조스를 처음 만났다. 얼마 뒤 4월 4일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저녁을 같이 하며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그날부터 왓츠앱을 통해 대화했다. 베이조스의 혼외 관계가 알려지기 몇 달 전인 11월 8일 내연녀 로런 산체스의 사진 한 장이 빈살만 왕세제의 왓츠앱 계정에서 베이조스에게 전달됐다. 그러곤 2019년 1월 28일자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그의 혼외 문제를 폭로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사우디 측이 카슈끄지와 가까운 2명의 전화를 스파이웨어 기업 NSO 그룹이 만든 페가수스를 통해 해킹하는 동안 베이조스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NSO 그룹은 “자사 기술은 이런 상황에 사용되지 않는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고 AP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1-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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