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남미도 ‘비상’… “우한폐렴, 야생동물 먹는 中문화가 원인”

입력 : ㅣ 수정 : 2020-01-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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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브라질·캐나다 등 잇단 의심환자
中 감염자 600명 육박… 사망자는 17명
WHO, 비상사태 선포 여부 오늘 재논의

전문가들 “뱀·오소리 등 숙주로 유력”
中후베이성 등 야생동물 판매금지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 이어 중남미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잇따라 보고돼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더욱 커졌다. 중국에서는 감염자가 6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17명을 기록했다. 우한 폐렴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두 건의 우한 폐렴 의심 사례를 찾았다. 이 가운데 미국과 국경을 맞댄 타마울리파스주에 사는 57세 멕시코국립공과대(IPN) 교수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최근 중국 우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보건국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35세 여성 환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 상하이를 여행했다. 콜롬비아에서도 19세 중국 국적 남성이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필리핀, 러시아, 캐나다 퀘벡에서도 의심 환자 보고가 잇따랐다.

23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지금까지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만 57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고 95명은 중증 상태”라고 발표했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 한국, 일본, 태국, 미국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나온다.

22일 긴급 회의를 연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단 ‘국제적인 비상사태’ 선포를 보류했다. 사람 간 전염 외에 아직 3차, 4차 감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중을 기하며 하루 뒤인 23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비상사태는 심각한 전염병에 사용하는 규정으로 해당 전염병 발생 국가에 여행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진다.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최근 10년 사이 6번째 사례가 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야생동물을 먹는 건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앞으론 이를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과학원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시정리 연구원은 “예비역학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는 시장의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 문제는 동물들이 아니라 이를 먹는 사람들의 식습관”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의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어류뿐 아니라 여우, 늑대, 사향고양이, 뱀, 고슴도치, 꿩 등 100여종의 야생동물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이런 동물을 ‘식도락가의 별미’ 등으로 선전하며 판매한다.

과학 정보포털 ‘유레카 얼러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 등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에 게재했다. 사스 바이러스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국가호흡기병 연구소 소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마도 (사람들이 먹으려고 포획한) 대나무쥐나 오소리 같은 동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제학자인 후싱두는 “중국인들에게 굶주림은 가장 큰 위협이자 역사적으로 잊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과거 기근 시절 희귀한 동식물에서 나온 고기, 장기 등을 먹는 관습이 일부 중국인에게 정체성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후베이성과 네이멍구자치구, 허난성 등 지방정부는 앞으로 시장에서 야생동물과 살아 있는 가금류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1-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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