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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틴은 할리우드 거물 아니라 강간범”…첫 증인 출석 재판

“와인스틴은 할리우드 거물 아니라 강간범”…첫 증인 출석 재판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1-23 11:13
업데이트 2020-01-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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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피해자들을 헝겊 인형처럼, 죽은 생선처럼 다뤄…무력으로 공격” 와인스틴 측 “연인 관계였다” 주장

하비 와인스틴 [EPA=연합뉴스]
하비 와인스틴 [EPA=연합뉴스]
“그는 단순한 할리우드의 거물이 아니라, 강간범이었다.”

“그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생강으로 만든 집으로 어린 아이들을 꾀어들이는 늙은 여자(마녀)였다.”

“그는 피해자를 헝겊으로 만든 인형처럼, 죽은 듯 가만히 누워있는 생선처럼 다뤘다.”

세계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을 향해 법정에서 검사가 쏟아낸 신랄한 표현들이다.

와인스틴의 성범죄 재판이 22일(현지시간) 첫 증인이 출석한 가운데 미국 뉴욕주 법정에서 열렸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100여 명의 취재진과 ‘미투’ 활동가들이 모여든 가운데, 검찰은 영화계 권력을 이용해 수십년간 배우 등을 성적으로 유린해온 와인스틴을 ‘강간범’으로 묘사했다.

메건 하스트 검사는 판사와 배심원단을 향해 와인스틴이 한 피해 여성에게 “내게 성관계를 빚졌다”고 소리치면서 관계를 강요했고, 무력으로 또 다른 피해자의 집에 들이닥쳐 그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하스트 검사는 “와인스틴은 자신이 무방비 상태의 순진한 피해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피해자들은 거짓으로 유혹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스트 검사는 이어 140㎏에 달하는 거구의 와인스틴이 여러 여성을 성폭행하고, 교묘히 조종했으며, 모욕했다면서 관련 정황들을 그래픽과 함께 제시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그간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해온 여배우 제시카 만이 이번 재판의 첫 증인으로 출두했고, 다른 피해자들의 이름도 공개됐다.

하스트 검사는 와인스틴이 만을 ‘헝겊 인형’처럼 다루고 성폭행했으며, 그의 밑에서 일했던 미미 할레이를 강간하고 뉴욕의 한 아파트에 버려두고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와인스틴이 1993~1994년 HBO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배우 아나벨라 시오라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파괴했으며,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했다”고 말했다.

와인스틴의 변호인 측은 와인스틴이 만과 주고받은 수백통의 메일을 증거로 이들이 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으로부터 1년 뒤에 와인스틴에게 “보고싶다”거나 “한결같은 지지와 친절을 보내줘 고맙다”는 메일을 보냈다면서 가해자에게 보낼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로 와인스틴을 대하는 고소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미투 운동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날 검은 양복을 입고 법정에 선 와인스틴도 자신의 혐의를 묘사하는 하스트 검사의 발언에 고개를 가로젓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와인스틴의 재판은 오는 3월 6일까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시오라 등 다른 피해자들도 차례로 법정에서 증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투 운동의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는 이번 재판에서 와인스틴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지금껏 와인스틴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80여 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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