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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 못받아 주인품 떠나가는 개들”…日반려견도 고령화의 그늘

“수혈 못받아 주인품 떠나가는 개들”…日반려견도 고령화의 그늘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1-27 07:00
업데이트 2020-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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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헌혈 캠페인 참여하는 견공들
반려견 헌혈 캠페인 참여하는 견공들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동물메디컬센터에서 호남 최초로 반려견 헌혈 캠페인에 참여한 견공들이 사전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19.11.22 연합뉴스
반려견에 대한 사랑으로 치자면 어느 나라 못지않은 일본에서 다치거나 병든 개들을 위한 수혈용 혈액의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살릴 수 있는 데도 혈액을 못 구해 사랑하는 개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일이 늘고 있다. 개들의 고령화와 소형화가 주된 원인이다.

24일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트위터 등 SNS에 급하게 수술이나 수혈을 받아야 하지만 혈액이 없어 애태우는 견주들의 절박한 SOS가 넘쳐나고 있다. “지금 바로 수혈이 필요해요”, “혈액이 없대요. 제발 도와주세요”, “중형견부터 대형견까지 수혈에 협력해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와 같은 내용들이다.

NHK는 야마가타현 덴도시 덴도동물병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병원에서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합해 1년에 1000건가량 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중 100건 정도가 반드시 수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병원에 실제 공급되는 수혈용 혈액은 필요한 양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구리타 도루 원장은 “만성적인 혈액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혈을 못 받아 끝내 목숨을 잃고 마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NHK에 말했다.
이곳에서 뜸 치료를 받고 있는 반려견 모습
이곳에서 뜸 치료를 받고 있는 반려견 모습
개의 수혈용 혈액은 사람과 달리 개별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구조로 돼 있다. 동물병원들은 이 때문에 몸에 혈액량이 많은 대형견을 비상시에 대비한 혈액 공여견으로 사전에 등록시켜 놓고 있다. 그 대가로 공여견 주인들에게는 평소 건강진단, 예방접종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덴도동물병원의 경우 몸무게 20㎏ 이상의 1~7세 대형견을 상대로 혈액 공여견 등록을 받고 있다.

개의 혈액형이 13가지 이상에 달하는 등 사람보다 수혈이 까다롭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이유다. 개들마다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안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기 전까지는 수혈용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아픈 애견을 위해 천신만고 끝에 혈액 공여견을 구했지만 양쪽의 특성이 맞지 않아 끝내 생명을 구하는 실패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수혈용 혈액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의료기술 발달 등에 따른 개의 평균수명 연장이 결정적인 이유다. 도쿄농공대학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반려견의 평균수명은 1990년에는 8.6세였지만, 2014년에는 13.2세로 24년 만에 1.53배로 늘어났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개에도 다양한 질병이 나타나 동물병원마다 수술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혈액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NHK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하게 된 데에는 반려견의 소형화도 커다란 이유”라면서 “과거에는 골든 리트리버나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큰 개들이 반려견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토이푸들, 치와와 등 기르기 편한 소형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혈액 공여견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덴도동물병원도 한창 때에는 공여견 15마리가 등록돼 있었지만, 지금은 9마리로 줄었다. 헌혈 받은 피를 당장 쓰기에도 모자라는 판이라 과거처럼 혈액의 비축용 냉장보관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헌혈 전용견을 기르는 고육책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라현 나라시에 있는 나카야마수의과병원은 헌혈 공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대형견을 3마리 길러 급할 때 혈액을 조달하고 있다. 나카야마 마사나리 회장은 “내가 병원을 개업했던 40년 전에 비해 개와 고양이의 수명이 3배로 늘었다”며 “수혈이 필요한 경우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NHK에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대학 동물병원이 시민들의 기부로 반려견 헌혈 전용 자동차를 장만, 각지를 순회하며 혈액을 모으기도 한다”고 소개하며 “수혈을 통해 건질 수 있는 목숨이 많기 때문에 수혈용 혈액의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더없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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