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기’ 내세워 공산당 간부 파견… 中, 사기업까지 통제하나

입력 : ㅣ 수정 : 2020-01-1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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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中, 국영 이어 민영기업 장악 총력
중국이 민영기업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진은 2017년 9월 대만 폭스콘 중국 공장 내 공산당원들이 ‘양학일주’(兩學一做)를 비롯해 사내 문화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양학일주’는 당헌과 지도자 연설문의 정신을 익혀 참된 공산당원이 되자는 말이다. 신화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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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민영기업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진은 2017년 9월 대만 폭스콘 중국 공장 내 공산당원들이 ‘양학일주’(兩學一做)를 비롯해 사내 문화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양학일주’는 당헌과 지도자 연설문의 정신을 익혀 참된 공산당원이 되자는 말이다.
신화통신 캡처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민영기업을 장악하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당정이 민영기업에 공산당 조직 설치를 의무화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조직을 설치하는 민영기업 수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당중앙조직부 당내통계공보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당 조직이 설치된 민영기업은 158만 5000개사로 나타났다. 2017년 187만 7000개사(전체의 73.1%), 2016년 185만 5000개사(67.9%), 2015년 160만 2000개사(51.8%)로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중국 당원 수는 2013년 이후 해마다 12만~156만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2018년 말 기준 9000만명을 가뿐히 돌파했다.

●대기업은 당서기로 정부 출신 인사 영입

중국 공산당은 2015년부터 기업 내 당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기업 내 당원 수 규모에 따라 당지부, 당총지부, 당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장(黨章·당헌법)은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3명 이상 50명 이하의 당원이 모이면 당지부를 만들 수 있고, 50명 이상 100명 이하면 당총지부, 100명 이상이면 당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도 예외가 없다. 중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기업 중 한 곳은 대만 폭스콘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폭스콘에 설립된 당지부는 1030개, 당총지부 229개, 사업장별로 16개의 당위원회가 운영 중이고 3만명의 당원이 적극 활동하고 있다. 폭스콘의 전체 직원은 66만 7600여명이다(포천 2019년 기준). 하지만 중국에 당 조직을 설치하는 민영기업들의 수가 감소하는 것은 사내에 당 조직이 설치되면 회사가 공산당의 통제권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국가 체제’의 나라, 즉 당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3권(입법·사법·행정)은 물론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다. 공산당의 생각에 따라 국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홍콩 반정부 시위 소식이 중국 본토에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 이유다. 당 조직은 기업 안으로 파고들어 회사가 당 노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조직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권력 체계가 기업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당 조직 활동이 기업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회사 내에 또 다른 명령 체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외형적으로는 자유로운 모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당의 힘이 작용한다. 민영기업 대표는 당위원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민영기업은 대부분 직원들 중에서 당원을 뽑아 당위원회를 이끌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민영 대기업들은 외부에서 영입한다. 이른바 ‘관시’(關係·인맥)를 통해 당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이끌어 갈 ‘로비스트’가 필요한 까닭이다.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百度)는 2018년 말 회사 ‘당위원회 서기’(당서기)를 뽑겠다는 구인 공고를 냈다. ‘공산당원으로서 최소 2년 이상 정부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를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자는 우대한다는 부대 조건도 붙어 있다. 퇴직을 앞둔 유능한 공무원이 주요 영입 대상인 셈이다. 당서기는 회사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공산당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연봉이 56만 위안(약 9400만원)에 이른다. 자동차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도 당서기 공채 공고를 냈다. 연봉은 24만 위안.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이후 중앙정부가 사상 통제의 고삐를 죄면서 지방정부는 당 간부를 민영기업에 내려보낼 계획이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정부는 지난해 간부 100여명을 선발해 알리바바그룹, 와하하그룹 등 100대 중점 민영기업에 ‘정부 사무대표’ 자격으로 파견할 방침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과 대형 생수·음료 업체 와하하그룹의 본사는 항저우에 있다. 항저우시 정부는 정부 사무대표들이 기업의 각종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업무에 집중할 것이며 일체의 경영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조차 부당한 경영 간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저장신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뻗친 손이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며 “기업의 경영에 쉽게 간섭을 하고, 더군다나 기업인이 기업을 관리하는 것을 공산당이 대체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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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영기업의 당 조직 설치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당정은 특히 당 조직 설치에 미온적인 외국인 투자 기업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주중 독일상의가 외국인 투자 기업을 압박해 당 조직을 만들어 경영에 간여한다면 독일 기업들이 집단으로 중국을 떠날 수 있다는 성명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성명을 통해 “독일 기업이 중국 공산당지부를 설립하고, 당지부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기업과 불평등 논란에 관리·감독 강화

이에 시 주석이 몸소 나서 독려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판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상하이 루자쭈이(陸家嘴)에서 당 조직을 더욱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당 기층 조직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당정도 이를 위해 민영기업에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당중앙위원회는 ‘민영기업 개혁 발전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유기업의 텃밭이었던 인프라 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력·전신·철도·석유·천연가스 등 업종의 시장 경쟁 체제를 강화하고 민영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분야를 명확히 했다. 당은 이번 ‘의견’에서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이 되는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이 공평한 시장 환경에서 평등하게 대우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쭝칭허우(宗慶後) 와하하그룹 회장은 “유리천장 문제를 해소하고 민영기업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부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민영기업을 위해 세금 부담을 더 낮추고 금융 지원도 확대했다. 증치세(부가가치세) 세율 인하와 영세기업 세제 혜택 및 연구개발(R&D) 비용 공제 확대, 사회보험료 요율 인하 등이 시행된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민영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감세액은 9644억 위안인데, 전체 감세액의 64%에 이른다”며 “세금 부담을 더 낮추면 민영기업이 경영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영기업의 기업공개(IPO)와 대출 연장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대출 과정에서 민영기업이 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민영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의 합법적인 재산을 보호하고, 지방정부가 민영기업과 체결한 각종 계약을 멋대로 파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을 의식한 듯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의심하거나 민영경제를 부정하는 잘못된 여론은 배격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국진민퇴는 국유기업들이 약진하고 민영기업들이 쇠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내다 푼 4조 위안 규모의 엄청난 돈이 민영기업보다 대부분 생산성이 낮은 국유기업에 쏠린 것을 두고 비판하는 시각이 담겨 있는 말이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0-01-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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