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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갈등에 권력투쟁 들어간 이란… “로하니, 차기 최고지도자에 가까워”

보혁갈등에 권력투쟁 들어간 이란… “로하니, 차기 최고지도자에 가까워”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16 16:10
업데이트 2020-01-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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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국민 “거짓말에 속았다”… 최고지도자 퇴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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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11일(현지시간)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테헤란 AP 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11일(현지시간)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테헤란 AP 연합뉴스
이란의 사상 유례없는 보혁 갈등이 권력 투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1일 실시될 총선(290석)이 보수와 혁신의 대결 무대다. 특히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진 최고통치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이란 국민이 “거짓말에 속았다”고 격분하며 벌이는 퇴진 시위가 예사롭지 않다. 이란 이전 나라인 팔레비 왕조 후계자는 이란 정권이 수개월 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17일 금요 대예배를 8년 만에 집전할 것으로 알려지면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세계가 주목한다.

#헌법수호위, 총선 후보 사상 검열… 개혁파 대거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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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주요 국가기구 관계도
이란 주요 국가기구 관계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온건·개혁 성향의 현역 의원 90명이 헌법수호위원회의 총선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 탈락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로하니는 “국민은 다양성을 원한다”며 “한 정파 후보자만 나오는 선거는 선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후보자를 ‘검열’하는 헌법수호위원회는 대통령보다 상위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장악하고 있다.

#로하니, 우크라 여객기 격추 책임자 처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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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은 다양성을 원한다”며 온건파 총선 예비 후보자들을 대거 탈락시킨 헌법수호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은 다양성을 원한다”며 온건파 총선 예비 후보자들을 대거 탈락시킨 헌법수호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앞서 로하니는 14일 최고지도자 직속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우크라이나 민항기를 전투기로 오인 격추한 이후 신속한 처리와 특별법정 설치를 요구했다. 긴장 분위기를 조성한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도 상기시켰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이후 로하니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서방과의 핵합의에서 영국·독일·프랑스가 탈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입지가 약해진 것에 대해 대응 차원에서 로하니는 최고지도자 대신 혁명수비대와 헌법수호위원회를 겨냥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로하니는 또 급진적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에 ‘국가적 단합’을 요구했다.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시대와 야권에 자신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여객기 격추 일주일이 지난 15일에도 테헤란에서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에는 이란에서 해외 여행이 가능한 대학생과 중산층이 주로 참여한다고 BBC가 전했다.

#팔레비 왕조 前후계자 “몇달 뒤 이란 붕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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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후계자인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후계자인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전 국왕의 장남이자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허드슨 연구소 강연에서 “지금은 (이란이) 최종 붕괴를 바로 몇 주 또는 몇 달 앞둔 시점으로, 이슬람 혁명이 발발하기 전인 1978년의 마지막 3개월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레자 칸이 1925년 창건한 팔레비 왕조는 친미 노선을 추구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졌다.

#8년 만의 금요 대예배서 하메네이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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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 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 연합뉴스
퇴진 시위로 정통성 위기에 처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17일 테헤란 모살라(예배장소)에서 열리는 금요 대예배를 직접 집전한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금요 대예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금요 대예배에서 나올 그의 메시지가 향후 이란과 국제 관계의 방향타여서 관심이 집중된다.

하메네이는 말 그대로 이란 최고지도자이다. 이슬람공화국의 수반이며, 군 최고사령관이다. 사법부와 국영방송 수장을 임명하고, 선거에 나설 후보의 절반을 선택한다.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부는 최고지도자 직속이다. 또 경제를 포함한 국정과 국내외 주요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대통령이나 의회의 권력을 능가한다. 월급은 없다.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40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동지였던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두 번째로 등극했다.

#고령 하메네이 건강 의구심… 유고시 어떻게
구멍이 숭숭 뚫린 추락 여객기의 동체 잔해 사진. 미사일에 맞은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제공 AFP 연합뉴스
구멍이 숭숭 뚫린 추락 여객기의 동체 잔해 사진. 미사일에 맞은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제공 AFP 연합뉴스
올해 80세인 하메네이는 과거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 2007년 그가 대중의 시야에서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도 건강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최근 대중 연설에 자주 등장하고, 거의 2시간 가까이 연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강이 호전됐다는 관측과 환자가 분투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고지도자는 한번 선정되면 ‘사실상’ 종신직이다.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요구에도 그를 견제할 기관이 딱히 없어 사퇴 압박이 먹히지 않는다.

최고지도자의 유고시 후임을 어떻게 선정할까. 이란 핵심 권력 내부의 일로, 일반인은 입에 담는 것이 금기시된다. 그러나 최고지도자를 뽑는 ‘전문가 회의’ 위원은 다르다. 전문가 회의 위원인 모센 아라키는 지난해 6월 반관영 뉴스통신사 파르스와 인터뷰에서 “전문가 회의는 필요시 언제든지 최고지도자 후보 이름 3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하메네이가 후계자를 결정한다는 의미이지만 전문가 회의에서는 그의 건강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것이라고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라디오 파르다가 전했다.

#‘전문가 회의’서 최고지도자 선정… 현직 대통령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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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주역 루홀라 호메이니. 서울신믄 DB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주역 루홀라 호메이니.
서울신믄 DB
최고지도자 선정 과정은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오를 당시를 복기하면 엿볼 수 있다. 하메네이는 1989년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당시 대통령이었다. 이로 미뤄 현직 대통령이 최고지도자로 뽑힐 가능성이 더 있다고 관측된다. 당시 49세였던 그보다 이슬람 율법과 지식이 뛰어난 ‘시니어’ 성직자도 다수 있었지만 모두 제쳤다. 특히 대통령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이 벌어졌다. 강경하게 나선 모습이 당시 강경파 최고지도자인 호메이니이 눈에 든 결정적 이유였다고 미국 외교전문 매체 내셔널이 분석했다.

하메네이 유고시 로하니가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현직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전제가 깔렸다. 로하니 역시 올해 71세로 고령인데다 내년에 두 번째 임기가 끝난다. 3연임은 금지돼 있다.

1989년 호메이니 사후 이란 최고 성직자 회의인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전문가 회의는 필요하면 최고지도자를 임명하고 감시하고, 파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기구이다. 전문가 회의는 남성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로하니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의장은 하메네이의 최측근 아야툴라 아흐마드 잔나티(92)다. 전문가 회의는 보수 강경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회의 위원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하지만,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를 거쳐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기는 8년이다.

#헌법수호위원회, 출마 후보자 종교·사상 ‘검열’

국회나 대통령, 전문가 회의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수호위원회는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최고지도자가 이슬람 율법 전문가 6명을 임명하고, 사법부 수장이 추천하는 법학자 6명이 의회에서 선출된다. 사법부 수장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해 결국 헌법수호위원회도 최고지도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이들이 후보의 법적 문제와 함께 종교와 사상, 도덕 등 자격까지 심사한다. 실제로는 강경파의 출마와 당선을 위해 친서방파를 제거하는 검열 기구이다.

로하니는 중도 및 실용주의 성직자와는 관계가 좋지만, 강경파에겐 인기가 떨어진다. 2016년 전문가 위원 후보들을 검열할 때 하메네이는 혁명동지이자 강경파인 잔나티를 의장으로 선택, 로하니가 원하는 개혁을 약화시키려는 반격을 가했다고 이 매체가 분석했다.

#보수파에선 하메네이 ‘아들’ 후계자로 거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아의 아들 모스타바가 차기 최고자도자 후보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아의 아들 모스타바가 차기 최고자도자 후보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사진 위키피디아
강경 보수파가 장악한 전문가 회의 몇 석은 위원 사망 등으로 비어 있어 로하니에겐 기회다. 특히 일반 국민 60% 이상이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이다. 젊은 청년층의 관심과 요구에 다가서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강경파 가운데 최고지도자를 향한 두드러진 후보가 없다. 이런 연유로 하메네이가 아들 모시타바(50)를 후계자로 선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전문가 회의 위원은 “최고지도자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 적어도 다수의 대표여야 한다”고 에둘러 모시타바를 반대했다고 라디오 파르다가 전했다.

하메네이 사망 등 유고시 이란의 미래 방향에 대한 내부 토론이 촉발될 것이고, 개혁주의자와 강경파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재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시금석이 다음 달 21일 열리는 총선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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