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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장 가깝지만, 가장 모르는 존재 ‘가족’…뮤지컬 ‘빅 피쉬’ & 연극 ‘듀랑고’

[리뷰]가장 가깝지만, 가장 모르는 존재 ‘가족’…뮤지컬 ‘빅 피쉬’ & 연극 ‘듀랑고’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1-14 15:26
업데이트 2020-01-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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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밥을 함께 먹는 사람, 식구. 오랜 기간 ‘식구’라는 말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맺어진 관계인 ‘가족’과 같은 의미로 혼용돼 왔다. 수 십년 혹은 평생을 같은 공간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은 세상에서 서로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 아버지, 어머니가 또 내 형과 동생은 어떤 고민을 딛고 어떤 꿈을 좇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제기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공연 두 편이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손짓하고 있다.
뮤지컬 ‘빅 피쉬’(왼쪽)와 연극 ‘듀랑고’
뮤지컬 ‘빅 피쉬’(왼쪽)와 연극 ‘듀랑고’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빅 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와 그런 아버지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 윌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특히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의 특수성에 주목한다.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소설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이야기 흐름은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극 중 기자인 윌은 병이 깊어진 아버지의 죽음을 예감하고, 생전 미래를 보는 마녀와 거인, 늑대인간 등 허황된 무용담만 늘어놓은 아버지의 본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의 과거를 찾아간다. 윌은 이 과정을 통해 왜 아버지가 자신을 영웅처럼 묘사했는지, 무엇을 위해 이야기를 꾸며냈는지를 확인한다. 그 끝엔 결국 윌이 있었다.

영화 시나리오에 이어 뮤지컬 대본을 쓴 각본가 존 어거스트는 “어쩌면 아버지와 아들이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를 모르는 낯선 존재”라고 정의했다.

팀 버튼의 동화적 상상력은 무대에서 현실로 실현된다. 청년 에드워드가 단지 첫사랑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헌신했던 서커스단의 공연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3m가 넘는 거인, 대형 코끼리 등이 관객들을 동화 속으로 안내한다. 1막 마지막 ‘수선화 청혼’ 장면은 숨이 멎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극이 2막 후반부로 치닫을 쯤 객석 곳곳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중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중 한 장면. CJ ENM 제공
서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듀랑고’ 역시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애리조나의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 나고 자란 줄리아 조가 작품을 썼다. 2017년 국립극단 디아스포라전을 통해 무대에 올려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가지’의 후속작이다.

여전히 미국말과 문화보다는 한국말과 한국문화가 더 가까운 아버지 부승 리는 정년이 4년 남은 회사에서 해고되자, 뚜렷한 계획과 목적 없이 두 아들을 데리고 ‘듀랑고’로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하와이에 있는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첫째 아들 아이삭과 전미 수영 챔피언인 둘째 지미와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이다.

그러나 부승은 출발부터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세 부자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며 다투게 된다. 결국 서로 숨겨온 비밀이 폭로되며 서로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여겨온 사람의 전혀 알지 못한 면까지 알게 된다. “내 아들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며 자신만만해하던 부승은 20년 넘게 헌신한 회사에서 버림받은 이상의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그 충격은 새로운 삶을 향한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연극 ‘듀랑고’ 출연 배우들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연극 ‘듀랑고’ 출연 배우들
작가와 연출은 ‘가족애’ 자체를 강요하지 않는다. 세 부자가 목적지 ‘듀랑고’에 도착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담백하게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족의 단면을 담담히 그려낸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효과 없이, 어둡고 작은 소극장에서 오로지 배우들의 눈빛만 빛나는 ‘연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세 부자의 여행을 뒤로 소극장을 빠져나와 대학로의 찬 밤공기를 맞으며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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