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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럭비 vs 한국 럭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일본 럭비 vs 한국 럭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1-12 16:42
업데이트 2020-01-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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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도쿄 신국립경기장 와세다대학-메이지대학 럭비결승전에 6만명 운집

한국 남자럭비 96년만에 첫 올림픽 무대 .. 클럽 달랑 7개팀 선수는 978명뿐
총 럭비인구 30만명 등록선수 10만명 클럽 수 3600여개 등 일본에 견줘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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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장면1 지난 11일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카스미가오카마치에 자리잡은 도쿄올림픽스타디움. 종전 카스미가오카 육상경기장으로 불리던 구국립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세워진 지상 12층 높이의 신국립경기장이 모처럼 만에 드러난 따사로운 겨울 햇볕 아래 한껏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총 공사비 1490억엔(약 1조 5800만엔)을 들여 3년 만에 완공, 지난해 12월 15일 준공식을 가진 경기장이다. 이 곳에서는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과 도쿄패럴림픽의 개·폐회식이 열리게 된다.

평소에는 경기장 외곽부터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경기장 측은 새로 지은 집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주려는 듯 수 십개의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주말을 맞은 도쿄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신국립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이 곳을 관통하는 유일한 지하철인 도에이에도선 국립경기장역은 주말을 맞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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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보안 검색에 응하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보안 검색에 응하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특별한 라이벌전이 열렸다. 명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 지난 1일 신국립경기장 개장 첫 공식 경기인 천왕배축구선수권대회 이후 열린 두 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6만여장의 입장권은 이미 하루 전 모두 동이 났다.

외곽 출입문에서 아내, 두 딸과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와세다대학 출신의 후지와라 마코토(38)씨는 “이 곳 국립경기장자리에서 두 대학이 럭비 결승전을 펼치는 건 23시즌 만”이라면서 “우리 대학은 16번째 선수권 우승을 벼르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3년 전 철거를 앞둔 구국립경기장의 고별경기로 열린 만큼 럭비는 일본인들에겐 아주 특별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후지와라씨의 기억대로 2016년 5월 28일은 56년간의 역할을 마치고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 자리를 넘기게 될 구국립경기장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후지와라씨는 그 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한 날로 기억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의 일본대학 레전드들이 스크럼을 짜고 몸을 부딛쳤다. 대학 럭비 선수 출신인 전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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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경기장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경기장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이날 결승전은 와세다대학이 45-35로 메이지대학을 물리치고 16번째 선수권을 차지하면서 끝났다. 닛칸스포츠는 “국립경기장의 럭비가 돌아왔다. 5만 7345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와세다대학이 다시 태어난 성지에서 초대 챔피언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에 럭비가 보급된 건 미국과 영국의 ‘포함외교’가 한창 펼쳐지던 1854년이다. 12년 뒤 요코하마에서 첫 경기가 열린 일본 럭비는 현재 세계 일곱 번째의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제 럭비를 총괄하는 ‘월드 럭비’의 2018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총 럭비인구는 30만명에 이르고, 등록선수 10만 8000여명에 클럽 수도 3620개에달한다.

#장면2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 남자럭비는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홍콩에 12-7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에 배정된 단 1장의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럭비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건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무려 96년 만이다. 남녀 등록선수는 987명, 총 선수는 4452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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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6만명의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본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일본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6만명의 도쿄시민들이 새로 지어진 신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일본에 견준다면 역사적으로나 양적·질적으로 한참이나 뒤진다. 클럽팀이라고 해봐야 실업팀 3개, 대학팀 4개가 고작이다. 저변의 차이라 이토록 크다보니 도쿄올림픽에서 맞붙을 지도 모를 일본과의 싸움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다.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의 목표는 소박하게도 ‘1승’이다. 영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피지 등 럭비를 ‘국기’로 삼는 영연방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상대해 아시아권을 벗어나기도 버가운 실정이다. 셰계랭킹이 23계단이나 높은 일본을 이기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더욱 암울한 현실은 우리가 럭비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1일 도쿄의 신국립경기장에서 “일본 럭비”를 외치던 6만에 가까운 관중들. 지난해 11월 첫 올림픽 행보를 시작한 한국 럭비에 박수를 보낸 이는 불과 당시 몇 백명에 불과했던 사실이 못내 안타깝기만 했다.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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