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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객기 격추’ 추모집회 참석한 영국 대사 체포

이란, ‘여객기 격추’ 추모집회 참석한 영국 대사 체포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1-12 11:16
업데이트 2020-01-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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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시위 조직·선동 혐의…12일 소환돼 기소될 예정”

영국 “근거·설명 없는 체포…악질적 국제법 위반”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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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여객기 추락 현장의 어린이 신발
우크라 여객기 추락 현장의 어린이 신발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8일(현지시간) 발견된 어린이 신발 한짝. 2020.01.10.
테헤란 AFP 연합뉴스
이란 주재 영국 대사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촉발된 철야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롭 매케어 대사는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철야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가 3시간 만에 석방됐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매케어 대사가 집회에 참석해 일부 과격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조직, 선동, 지시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뉴스는 매케어 대사가 현재 대사관에 안전히 머물고 있다며 12일 소환돼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매케어 대사가 인신 구속됐다는 소식이 본국에 전해지자 영국 정부는 거세게 항의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정당한 근거나 설명 없이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를 체포한 것은 악질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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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열렸다. 2020.1.11  EPA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열렸다. 2020.1.11
EPA 연합뉴스
라브 장관은 “이란 정부는 갈림길에 섰다”면서 “정치적, 경제적 고립이 뒤따르는 국제사회 부랑자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도, 긴장을 완화하는 절차를 밟아 외교적 행로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매케어 대사가 참여한 집회가 이날 오후에 이란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열린 집회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참석자들의 이번 집회는 이란 정부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시위로 격화했다.

추모 인원이 수백명 규모가 되자 이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라고 외쳤다.

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최고지도자를 규탄하는 구호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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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2020.1.6  EPA 연합뉴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2020.1.6
EPA 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집회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자 매케어 대사와 대사관 직원 1명이 자리를 떴다며 매케어 대사는 이발을 한 뒤 대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붙잡혔다가 이란 외무부의 개입으로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매케어 대사는 2018년 4월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에 취임한 뒤 중동의 안정을 위해 영국이 계속 이란과 교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온 대이란 ‘온건파’에 속하는 인사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이란이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도 유지하도록 서명 당사국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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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이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앞에 나서 지난 8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0.1.11  EPA 연합뉴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이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앞에 나서 지난 8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0.1.11
EPA 연합뉴스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이란 현지시간) 새벽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미국이 쏜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해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시인했다. 이 사건으로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면서 “이번 격추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관계 당국의 어떤 결정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피객 여객기는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하거나 항로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해 여객기를 격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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