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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트아웃 계약이 파격? 남 안 하는 것 해야 이긴다”

“옵트아웃 계약이 파격? 남 안 하는 것 해야 이긴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01-07 22:32
업데이트 2020-01-0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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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성민규 롯데 단장의 뜨거운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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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지난 6일 안치홍(30)이 롯데 자이언츠와 ‘옵트아웃’(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시점에서 어느 한쪽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 조항이 포함된 ‘2+2년’ 계약을 맺은 것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흔한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적용됐기 때문. 이번 계약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로 경력을 쌓고 한국프로야구(KBO) 최초의 30대 단장인 성민규(38) 롯데 단장의 작품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성 단장은 롯데의 간판타자 이대호와 동갑일 정도로 젊어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선수로서의 이력도 화려하지 않았다. 성 단장은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1학기 만에 야구를 그만두고 뉴질랜드 유학길에 올랐다.

뉴질랜드에서 스포츠경영을 전공하며 다시 야구를 시작한 성 단장은 뉴질랜드대표팀에서 뛰다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에 편입했고, 2007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다. 그러나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은퇴해 26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마이너리그 코치 생활을 시작한 뒤 스카우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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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안치홍.
롯데 자이언츠 제공
단장 선임 자체도 파격이었던 그의 모습은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현실판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꼴찌팀에 부임해 거침없는 개혁으로 강팀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 백승수와 2019년 꼴찌팀에 부임해 파격 행보를 펼치는 성 단장의 모습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가 성사시킨 일련의 계약도 파격적이다. 최근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포수에 FA 대신 한화 이글스 유망주인 지성준을 전격 영입한 데 이어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 안치홍을 옵트아웃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예상보다 적은 금액(2년 최대 26억원)으로 잡으면서 잠잠하던 스토브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성 단장은 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을 이기려면 남이 안 하던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계에서는 생소한 옵트아웃 계약을 맺은 이유는.

“장기계약을 하면 뒤로 갈수록 선수가 나이가 들어 팀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우리는 안치홍을 선수의 전성기인 30대 초반에 구했고, 선수도 2년 뒤 재평가 기회가 생기니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윈윈이다.”

-계약 내용이 복잡해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

“생각하기 나름이다. 보통은 2년 계약을 안 하려고 하는데 안치홍은 2년 뒤 보상 선수 없는 FA 신분이 된다. 2년 최대 26억원이지만 연봉은 2억 9000만원으로 작년 연봉 5억원보다 적다. 하지만 낮은 연봉은 선수가 부진을 겪더라도 ‘연봉 삭감은 없다’는 뜻이고 2년 뒤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메리트도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경험이 도움이 됐나.

“한국에서야 독특할 뿐 늘상 보던 계약 형태다. 옵트아웃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상호 간에 권리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뮤추얼 옵션이다.”

-그동안은 4년 계약이 대세였는데 변화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다양한 계약 자체가 볼거리가 돼 야구 전체 발전에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 단장들과 비교하면 파격 행보다.

“파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을 이기려면 남이 안 하던 것을 해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

-FA 포수 대신 지성준을 데려왔다.

“김태군과 이지영이 금액 차이가 있어서 플랜B가 필요했다. 최선의 선택지가 지성준이었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단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안치홍이 계약 2년차가 되는 2021년에 승부를 걸어 볼 만하고 계획대로라면 2024년이 롯데가 우승을 노려 볼 적기라고 생각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01-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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