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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위협 있었나… 군사행동 정당성 입증 책임 커지는 트럼프

임박한 위협 있었나… 군사행동 정당성 입증 책임 커지는 트럼프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1-06 22:32
업데이트 2020-01-0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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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제거’ 후폭풍

트럼프는 휴가 마치고 복귀
트럼프는 휴가 마치고 복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을 승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 휴가를 마치고 아들 배런과 함께 백악관에 돌아오는 모습.
워싱턴 AFP 연합뉴스
폼페이오, 美언론 인터뷰서 합법성 강조
“수십~수백명 죽음으로 내몰 공격 계획”
국제사회는 “이라크 동의없이 공습 단행”
美 내부서도 “기존 이란 외교정책 폐기
되레 美가 코너 몰려… 이젠 전쟁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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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신임 사령관으로 지명된 에스마일 가니가 솔레이마니의 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비통해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모인 군중의 규모가 1989년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규모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신임 사령관으로 지명된 에스마일 가니가 솔레이마니의 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비통해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모인 군중의 규모가 1989년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규모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를 두고 연일 ‘임박한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물론 미 내부에서조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의 정당성을 좀더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과 폭스뉴스, ABC, CBS, NBC 등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데 대한 정당성과 합법성을 강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상대로 벌인 테러를 막고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NN 인터뷰에서는 “이란 지도부가 나쁜 결정(미군에 대한 보복공격)을 내린다면 우리는 큰 힘과 기운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란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솔레이마니는 수십~수백명의 미국 시민과 이라크인, 무슬림을 죽음으로 내몰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가 머물던) 이라크 정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공습 작전을 단행한 것은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6일 공동 사설에서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4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우려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3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 관리를 살해한 건 국제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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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장례식서 ‘눈물’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장례식서 ‘눈물’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도 감정이 북받친 듯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모인 군중의 규모가 1989년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규모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최대 압박 전략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경제 제재 수위를 끌어올려 압박하는 기조를 말한다. 이 작전이 외교로 풀 수 있었던 미·이란 싸움을 더욱 악화시켜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것이다.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존 글레이저 외교정책연구국장은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만 해도 (이란과의 소통) 채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면서 “이란이 어떻게 해야 (제재를) 피할 수 있는지 알려 주지 않고 제재를 가했다. 사실상 ‘이란이 기존 외교정책을 전부 폐기하기 전까지 해제는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버라 슬라빈 국장도 “(최대 압박 전략으로) 이란이 코너에 몰린 게 아니다. 되레 우리가 코너에 있다”면서 “이제 미국이 (전쟁 말고는) 뭘 더 할 수 있나? 우리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제재했다. 하지만 뭐가 남았나?”라고 반문했다.

WP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 곁에 노련한 참모나 믿을 만한 첩보의 원천, 동맹과의 강력한 유대 같은 자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동적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직감을 내세워 이란에 대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솔레이마니 제거에 대해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 위협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1-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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