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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남3구·용산 초고가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 ‘LTV 40%’ 넘었다

[단독] 강남3구·용산 초고가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 ‘LTV 40%’ 넘었다

장은석, 나상현 기자
입력 2020-01-06 22:34
업데이트 2020-01-0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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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중개업자가 투기꾼·VIP에 대출 소개

금융감독 소홀한 지방 상호금융권 연결
정부 규제망 피해 사업자대출 편법 악용
30억짜리 집 팔면 수수료 3000만원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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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6월 같은 단지 아파트 한 채를 36억원에 샀다. 서초구는 투기지역이라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40% 이하로 제한된다. 하지만 A씨는 새 아파트를 담보로 집값의 65.7%인 23억 6458만원을 대출받았다. 보험사에서 12억 7458만원(35.4%),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10억 9000만원(30.3%)을 빌렸다. 은행 관계자들은 A씨가 새마을금고로부터 사업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데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자 대출이 초고가 아파트 구입 통로로 악용되고 있었다.

6일 서울신문이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 초고가 아파트 10개 단지의 지난해 1~10월 실거래 598건을 조사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5가구 중 1가구는 LTV 40%를 초과했다. 법인을 뺀 195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38가구(19.5%)가 LTV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LTV가 88.0%인 가구도 있었다. 등기부등본에 나온 근저당권 최고 채무액을 시중은행에서 빌렸다면 대출액의 110%, 2금융권과 SC제일은행 등에서 빌렸다면 120%로 잡아 대출액을 추산한 결과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정상적인 주택담보대출로는 LTV 40%를 넘길 수 없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해 LTV 규제를 40% 이하로 강화해서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LTV 규제가 무력화된 이유는 사업자 대출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9·13 대책’부터 주택임대사업자에게도 LTV 40% 규제를 적용했지만 임대업 외 업종은 사업자 대출에 LTV 규제가 없다”며 “금융사가 사업 목적 자금이라고 판단하면 LTV 40% 초과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편법 악용 가능성을 알고도 손을 쓰지 않아 대출로 얼마든지 서울 초고가 아파트를 살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이 수법은 주로 강남과 용산의 부동산중개업자나 은행 자산관리사(PB)가 투기꾼이나 우수(VIP) 고객에게 소개한다. 특히 1금융권이 아닌 지방 새마을금고나 단위농협, 신협, 산림조합 등을 알선한다. 새마을금고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아 관리가 허술하고, 금융당국의 레이더망이 지방 상호금융권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은행 관계자는 “중개업자는 이런 수법으로 30억원짜리 집을 팔면 매도자와 매수자로부터 0.5%씩만 받아도 직장인 연봉인 3000만원을 챙긴다”며 “지방 2금융권은 이런 식으로 대출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은행 PB들이 직접 지방 상호금융권을 알선해 주지는 않지만 이런 수법을 컨설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TV 40% 초과 가구가 대출을 받은 금융사를 보면 중복 대출을 포함한 총 48건 중 23건(48.0%)이 상호금융권이었다. 새마을금고가 15건(31.3%)으로 가장 많았고, 신협이 6건(12.5%), 2금융권인 단위농협과 산림조합이 각 1건(2.1%)이었다. 상호금융사 소재지는 지방이 13곳(56.5%), 서울 강남·용산 외 지역이 8곳(34.8%)으로 총 21곳(91.3%)이나 됐다.

특히 대구 소재 새마을금고 대출이 8건, 서울 금천에 있는 금천신협 대출이 5건이나 됐다. 이 13건 대출 모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3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났다. 반포동의 몇몇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대구 새마을금고와 금천신협에 대출을 알선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호금융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지방 지점이 대출 실적을 올리려고 위험을 감수하며 사업자 대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회 차원에서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총 208가구(법인 포함)의 은행별 대출액을 보면 SC제일은행이 374억 4108만원(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새마을금고가 320억 8083만원(28건), 국민은행 143억 8309만원(21건), 우리은행 135억 8090만원(23건), 기업은행 118억 7345만원(15건), 신협이 105억 6000만원(10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조사 어떻게

10개 단지 선정… 598건 실거래 조사

‘금수저 갭투기판 된 강남 아파트’의 데이터 분석은 KB국민은행이 시세 파악을 위해 선정하는 ‘선도 아파트 50’ 중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거쳐 지역 및 가격, 아파트 특성별 대표성을 갖는 초고가 아파트 10개 단지를 선정해 표본을 정했다. 표본 단지는 서울 강남구(래미안대치팰리스1차·압구정 신현대·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3곳, 서초구(반포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퍼스티지·신반포3차·반포자이) 4곳, 송파구(잠실 리센츠) 1곳, 용산구(서빙고 신동아) 1곳 등이다. 지난해 1~10월 10개 단지에서 총 598건의 실거래가 있었고, 부동산등기를 모두 발급받는 방식으로 매수자의 연령과 대출 현황, 국적 등을 파악했다. 598건의 실거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들여다본 부동산등기는 약 8000건에 이른다.
2020-01-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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