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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9명으로 ‘초계함’ 전투…폭발하는 ‘시뮬레이터’ 혁명

단 9명으로 ‘초계함’ 전투…폭발하는 ‘시뮬레이터’ 혁명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1-05 09:25
업데이트 2020-01-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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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훈련 시뮬레이터’ 어디까지 왔나

24시간 걸리던 ‘초계함 훈련’ 단 3시간으로
공군 실시간 공동작전…훈련시설 절반으로
악천후·무기고장 상황 구현…비용효율 극대화
인드라니 라자(오른쪽 두번째) 싱가포르 재무부 차관이 2018년 9월 인디펜던스급 초계함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 ‘심센’(SIMCEN) 개소식에 참석해 해군 관계자로부터 훈련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승조원 9명으로도 초계함을 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방부 제공
인드라니 라자(오른쪽 두번째) 싱가포르 재무부 차관이 2018년 9월 인디펜던스급 초계함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 ‘심센’(SIMCEN) 개소식에 참석해 해군 관계자로부터 훈련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승조원 9명으로도 초계함을 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방부 제공
스텔스기 ‘F-35’는 1대당 가격이 8000만 달러(한화 926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전투기로 부품 교체와 정비 비용, 항공유 등을 감안하면 1년 유지비만 1대당 50억~100억원에 이릅니다. 이런 전투기를 무작정 훈련에 동원하면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지만 운영비가 무섭다고 기체를 창고에만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실전에서 승리하려면 조종사는 끊임없이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방산업체들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오히려 사업 기회로 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군사용 시뮬레이터’입니다.

●시뮬레이션 2000회 실시 뒤 실제 착함 성공

항공모함 착함은 공항 활주로 착륙과 달리 약간의 실수로도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고도의 조종술을 갖춰야 합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비교적 쉬워 보이는 ‘F-35B’의 착함도 실제로는 항모의 고속기동을 고려해야 해 까다로운 작업 중 하나로 통합니다. 기체를 처음 다뤄보는 조종사라면 위험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5일 국방기술품질원의 ‘훈련용 시뮬레이터 개발동향과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 3대 방산업체이자 자국 기업인 BAE 시스템즈사를 통해 도입한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영국 해군은 항모 ‘HMS 퀸엘리자베스함’ F-35B 조종사와 착륙 안전 담당관 훈련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영국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 항공모함 ‘HMS 퀸엘리자베스함’의 F-35B 착륙훈련이 가능한 최첨단 훈련 시뮬레이터다. BAE 시스템즈 제공
영국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 항공모함 ‘HMS 퀸엘리자베스함’의 F-35B 착륙훈련이 가능한 최첨단 훈련 시뮬레이터다. BAE 시스템즈 제공
함재기 조종사는 이 시뮬레이터로 2000회 이상의 단거리이륙·수직착륙(STOVL), 함상 롤링 수직착륙(SRVL)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0월 이 조종사가 SRVL 모드로 실제 착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STOVL은 배기노즐을 수직으로 전환해 착륙하는 방식, SRVL은 사선으로 서서히 착륙하는 방식입니다. ‘훈련을 실전처럼’이라는 말을 이제 ‘훈련을 실제처럼’으로 바꿔야 할 시대가 온 겁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더 놀라운 성과가 나왔습니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조종사가 처음으로 노스롭그루먼사의 합성전장 작전세트 ‘렉시오스’(LEXIOS)를 사용해 주둔기지에서 다수의 연습 현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표적 탐지, 교전, 파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시공간 초월해 모든 전장 실시간으로 연결

전투기 시뮬레이터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훈련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기품원 측은 “전투기 시뮬레이터를 실전 훈련에 적용할 때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전투기를 ‘무인기’처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함교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F-35 착륙 통제를 하는 착륙 안전 담당관들. BAE 시스템즈 제공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함교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F-35 착륙 통제를 하는 착륙 안전 담당관들. BAE 시스템즈 제공
대부분의 업체가 전투기를 구입할 때 시뮬레이터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폴란드는 록히드마틴사에 F-35A 전투기 32대와 훈련용 시뮬레이터 패키지를 포함시킨 구매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F-35 도입국가들은 훈련량의 50%를 시뮬레이터로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군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시뮬레이터 개발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해군은 2018년 9월 인디펜던스급 초계함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 ‘심센’(SIMCEN)을 열었습니다.

실제 초계함으로 훈련을 하려면 장교와 부사관만 23명이 필요하고 훈련장으로 이동하는데 왕복 16시간, 훈련에 8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훈련은 3시간 동안 승조원 9명만 참여하면 된다고 합니다.

경비함과 상륙함 등 다른 함정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 해군도 신형 헌터급 호위함, 아라푸라급 연안경비함 등 해상 전력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올해 5월 훈련용 시뮬레이터 ‘케이심’(K-sim)을 도입했습니다.

●“주변 바람 세기에 따른 탄착점 변화도 가능”

미 육군은 ‘근접전투 전술훈련장’(CCTT)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보병은 물론 기계화 보병, 장갑차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전투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최대 ‘대대급’ 전술훈련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 육군 병사들이 ‘근접전투 전술훈련장’(CCTT)에서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보병은 물론 기계화 보병, 장갑차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전투훈련을 할 수 있고 최대 ‘대대급’ 전술훈련도 가능하다. 미 육군 제공
미 육군 병사들이 ‘근접전투 전술훈련장’(CCTT)에서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보병은 물론 기계화 보병, 장갑차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전투훈련을 할 수 있고 최대 ‘대대급’ 전술훈련도 가능하다. 미 육군 제공
전차나 장갑차에 탑재된 50구경(12.7㎜)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을 장착해 훈련할 수 있고 실제처럼 대대 지휘소의 지휘도 받습니다. 미 육군은 2018년 무려 3억 5600만 달러(4156억원)를 들여 록히드마틴사와 CCTT 성능개량에 착수했습니다.

미 육군은 4명 이상이 분대를 이뤄 진행하는 ‘분대 첨단 사격술 훈련장’(SAM-T)도 지난해 각급 부대에 보급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사격술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 무기 고장, 눈·비·바람 등 각종 악천후, 탄약 부족 등 전장과 매우 유사한 상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근접전 전장을 구현할 수 있어 실탄 사용에 따른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반적인 사격장부터 인질극 등 36개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는데, 부대가 요청하면 실전에 더욱 적합한 시나리오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미 육군 관계자는 “주변 바람 세기에 따라 탄착점이 변화하는 것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육군의‘분대 첨단 사격술 훈련장’(SAM-T)에서 병사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 이 프로그램은 무기 고장, 탄약 부족 등 실제 전장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며 바람 세기에 따라 탄착점이 달라지는 효과도 만들 수 있다. 미 육군 제공
미 육군의‘분대 첨단 사격술 훈련장’(SAM-T)에서 병사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 이 프로그램은 무기 고장, 탄약 부족 등 실제 전장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며 바람 세기에 따라 탄착점이 달라지는 효과도 만들 수 있다. 미 육군 제공
미 공군은 2018년 시작한 ‘차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PTN) 1차 프로그램에 가상현실(VR)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게임’ 정도로 치부하던 VR이 정식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입니다. 훈련생이 비행훈련과정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장점은 무궁무진합니다. 미 공군은 이런 시설이 확산하면 조종사 훈련시설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인 ‘정보통신(IT) 강국’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겁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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