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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불 타 유럽 최고령 고릴라 희생, 다 큰 모녀들의 풍등 탓

동물원 불 타 유럽 최고령 고릴라 희생, 다 큰 모녀들의 풍등 탓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1-03 17:10
업데이트 2020-0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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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독일 크레펠트 동물원 화재로 희생된 오랑우탄 다섯 마리 가운데 두 마리의 2016년 모습. AFP 자료사진
지난달 31일 독일 크레펠트 동물원 화재로 희생된 오랑우탄 다섯 마리 가운데 두 마리의 2016년 모습.
AFP 자료사진
다 큰 세 모녀가 날린 풍등 때문에 독일 서부 크레펠트의 한 동물원에 수용돼 있던 서른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애꿎게 희생됐다.

게르트 호프만 크레펠트 경찰청장은 2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60세 여성과 30대 두 딸이 라디오로 참사 소식을 듣고 전날 자수했다며 이들의 실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모녀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풍등을 지난달 31일 저녁 날렸다가 동물원에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풍등 다섯 개에 새해 소원을 적어 날렸는데 불타 버린 ‘유인원 하우스’ 지붕 위에서 네 개가 발견돼 경찰은 풍등에 적힌 새해 소원의 필적을 채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세 모녀가 용기있게 진실을 고백한 점을 높이 샀다. 호프만 청장은 대다수 유인원들이 연기를 마셔 숨졌다며 “죽음에 이르러 유인원들도 인간과 매우 비슷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 참사가 일어난 ‘유인원 하우스’ 옆 ‘고릴라 정원’에 있다가 무사히 구조된 고릴라 밀리키와 한살배기 보보토.  AFP 자료사진
이번 화재 참사가 일어난 ‘유인원 하우스’ 옆 ‘고릴라 정원’에 있다가 무사히 구조된 고릴라 밀리키와 한살배기 보보토.
AFP 자료사진
안드레아스 클로스 소방관은 “우리 모두 그 건물이 그렇게 빨리 불타 무너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건물 안에 스프링클러 장치도 없었다고 전했다.

독일 대다수 지역에서 풍등을 날리는 것은 불법인데, 성인들인 세 모녀는 이를 전혀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과실 방화’ 혐의가 적용되는데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 동물원 정문에는 숨진 동물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랑우탄 다섯 마리, 침팬지 한 마리, 여러 마리의 원숭이들이 희생됐다. 동물원 측은 특히 마흔다섯 살의 웨스턴 로울랜드 고릴라 마사와 암컷 짝을 잃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마사는 유럽 동물원 등에 수용된 고릴라 가운데 최고령이었다.
1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크레펠트 동물원 정문 앞에 숨진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촛불들, 꽃들,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 등이 눈에 띈다. 크레펠트 AF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크레펠트 동물원 정문 앞에 숨진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촛불들, 꽃들,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 등이 눈에 띈다.
크레펠트 AFP 연합뉴스
동물원 측은 “함께 슬픔을 나눠준”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2일까지도 개원하지 않은 이 동물원 담장 앞에는 꽃들과 촛불들, 추모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들이 즐비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10년 11월에도 칼스루헤의 한 동물원에서 화재 때문에 알파카, 미니어처 당나귀, 셰틀런드 조랑말 등 스물여섯 마리가 변을 당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오랜 풍습인 새해맞이 불꽃놀이의 위험성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에서 풍등을 날리는 것은 금지된 반면, 새해 전날 밤에 불꽃놀이를 하는 일은 흔한데, 최근 들어 환경 및 동물 보호 단체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동물복지협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동물원, 농장, 동물 보호소 근처에서의 불꽃놀이를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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