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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휴대폰 내려놓거라” 2200㎞ 몽골 횡단 다녀온 부자

“아들아, 휴대폰 내려놓거라” 2200㎞ 몽골 횡단 다녀온 부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1-02 15:45
업데이트 2020-01-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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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아들이 휴대전화를 멀리 하게 만들려고 몽골 깊은 오지를 함께 누빈 아버지가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출신으로 스키와 등반, 모터바이크를 즐기는 모험가 제이미 클라크가 주인공이다. 그는 모터바이크 뒤에 아들 코비를 태우고 몽골 초원과 설원을 돌아다녔다. 본인이야 워낙 고독, 풍광, 운명의 주인공이 오롯이 나란 점을 느끼는 일에 익숙하지만 코비는 그렇지 않다. 집에 처박혀 휴대전화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았다. 코비가 어렸을 때 블랙베리 폰으로 아들과 함께 게임을 즐겼다. 제이미는 2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개인으로나 가족으로나 오늘날 (휴대폰) 중독 문제가 있다면 우리 부모들의 책임이 상당하다. 멋진 장비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서 몇년 전부터 고민하다 쉰 번째 생일 때 외따로 떨어진 스키 산장에서 주말을 보냈는데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고 아예 전화도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코비는 “그 전에 휴대폰 없이 주말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서 무척 기이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은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을 할 수 없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미는 기술이 자신의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몽골 횡단을 꿈꿔왔는데 이제 아들이 웬만큼 컸으니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다. 코비에게 제안했고, 당연히 곧바로 선뜻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코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재미있는 아이디어 같았다. 설레며 준비할 어떤 일로 생각이 바뀌었다. 코비는 모터바이크 운전면허를 딴 뒤 부자가 함께 오랜 시간 타는 연습을 해다. 아버지가 에베레스트 산을 두 차례 등정하는 동안 코비는 산 하나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지난해 7월 28일 출발해 모터바이크도 타고 말과 낙타도 이용해 한달 동안 2200㎞를 달렸다. 도중에 인스타그램에 계속 사진을 올릴 만했지만 일부러 하지 않고 귀국한 뒤에야 했다.

코비는 “아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이 지겨우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느냐. 지겨워지면 유튜브를 틀거나 넷플릭스를 들여다본다. 별들을 올려다보거나 손가락 비트는 일이나 하게 된다”고 말해 간단치 않은 도전이었음을 실토했다.

그러나 이제 그 역시 아버지가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고 텐트를 치고 자고 요리를 하고 어울리는 일에 가치를 매기는 데 공감하게 됐다. “아빠가 내 또래에 가까운 몸놀림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아들이 얘기하자, 아빠는 전형적인 부자의 역학 관계는 아니지만 아들이 의외로 성숙한 면모가 있다는 점을 알게 돼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제이미는 “코비를 새롭게 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늘 테이블 위에 재킷을 던져놓고 설거지도 하지 않는 애로 봤는데 젊은이로 발돋움할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고산병 증세가 느껴지는데도 잘 적응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이미는 여행에서 깨달은 교훈을 일상 생활에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가치있는 것이며 이용하기 나름이란 것을 깨달았다. 아들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둘다 누가 이걸 통제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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