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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복원 계기 마련한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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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9-12-26 01:59 국방·외교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북미 대화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경제 현안을 논의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양자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특히 한중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을 확정 짓고 북핵 해법에 적극 교감하는 등 눈높이를 맞췄다. 한일은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15개월 만의 정상회담에서 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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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대화 복원한 韓

文대통령, 시진핑과 대북제재 완화·北도발 자제 설득 등 논의
한미동맹 균열 우려 목소리도… 日수출규제 등 대화 지속 공감

“잠시 서로 섭섭할 수 있지만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역사·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23일 한중 정상회담)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24일 한일정상회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갈림길에 선 가운데 지난 23~24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는 한중, 한일 관계 현안 해소는 물론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려가기 위한 고민이 묻어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5일 “북한의 ‘새로운 길’과 관련, 한중일 3국이 대화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중러가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논의하는 한편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대도발’을 자제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북한이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도록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내는 데 회담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원론적 발언에 그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두고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가 공식화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은 애초부터 한한령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경제 보복을 가했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파장을 겪은 적도 있지만 (한중 관계는)지금 올바른 궤도에 있다”고 했고 양국 정상이 2021년 한국 방문의 해, 2022년 중국 방문의 해를 기점으로 관광 활성화 등을 논의한 것도 긍정적이다. 한일 간 최대현안인 강제징용 및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 책임으로 (강제징용)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고도 강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본질을 둘러싸고 논쟁하는 것은 문제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해법을 찾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했다.

양측은 대체로 평행선을 달렸지만, 당국 간 대화로 ‘조속히’ 문제를 풀자는 데 공감하고 정상 간 잦은 만남을 갖기로 한 점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관계 복원의 모멘텀은 마련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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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 잃은 것 없는 日

아베 ‘대화 전기’ 마련에 방점… 관방장관 “한일 정상회담 유의미”
강제징용 구체적 성과 없었지만 한국 내 불매운동 완화 여부 주목

“한국으로부터 새롭게 얻어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양보한 것도 없다. 향후 대화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는 없는 플러스 회담이었다.”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지난 24일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25일 이렇게 총평을 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서 당장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이는 어차피 예상했던 것이란 점에서 우선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크게 방점을 찍었다.

이는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양국 정상이 오랜만에 직접 마주 앉아 회담을 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아사노 도요미 와세다대 교수는 이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전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에 솔직한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비난 공방이 멈췄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한 것”이라며 “두 정상이 국민 정서 때문에 대놓고 서로에게 다가서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내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려 격렬한 불매운동을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이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11월 전년 대비 65% 감소), 한국 내 외국산 수입 1위였던 일본 맥주 판매량이 지난 10월 ‘제로’(0)로 떨어지는 등 경제적 타격은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양국의 톱(정상)들이 만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갖는 파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이상의 관계 악화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맨 위로부터 확인된 만큼 인적교류, 문화교류 등이라도 우선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적으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아베 총리는 북핵·미사일 등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서 일본이 소외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음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스가 관방장관은 “북한 문제의 긴밀한 협력을 거듭 확인하고, 납치 문제와 관련한 일본 입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해를 얻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온 미국의 압력에도 일정 수준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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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 주도권 과시한 中

시진핑, 정상회담 통해 ‘美 일방주의·보호무역’ 거부 의지 재확인
한중·중일관계 우호적 전환 성공 평가… 홍콩 등 인권 논의 한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에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수호 의지를 또다시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일방주의 및 보호무역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특히 그는 내년 상반기 중 한국과 일본 방문을 확정해 한중·중일 관계를 한층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콩과 신장 위구르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

25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3일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한국 두 나라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서 우리는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고 양국의 공동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했다.

미국 패권시대에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한국의 선택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시 주석이 자유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와 당선된 직후부터 꾸준히 자유무역주의를 천명해 ‘반트럼프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이 세계 양대 강국(G2)의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시 주석의 의도와 달리 한일 두 나라 모두 인권 문제에 대해 중국 측에 명확한 지지 입장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 이후 환구망과 봉황망 등이 ‘문 대통령이 홍콩·신장 문제가 중국 내정’이라고 발언했다고 대대적으로 타전해 청와대가 즉각 “시 주석이 홍콩·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설명했고 이에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로 발언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비판을 의식해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중국의 손을 들어 줬다는 의도로 보도한 것이다. 이에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두 정상의 반응이 대조적이라고 논평해 은근히 갈등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9-12-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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