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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멀지만…한일 “실효성 있는 수출관리 추진 인식 공유”

갈 길 멀지만…한일 “실효성 있는 수출관리 추진 인식 공유”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12-16 22:27
업데이트 2019-12-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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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대화 ‘가까운 시일 내 서울 개최’ 합의…뚜렷한 성과는 없어

호전된 분위기…원상회복 약속은 못 받아
日경제산업상 “대화한 것이 하나의 진전”
日대변인 “상대국과 협의할 사안 아냐”
日, 강제징용 손배 판결에 잇단 경제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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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석대표에게 자리 안내하는 일본 수석대표
한국 수석대표에게 자리 안내하는 일본 수석대표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오른쪽)이 16일 오전 경산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19.12.16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일 양국이 16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시작된 상호간 통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8차 회의를 열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뭇 호전된 분위기 속에 재개된 회의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약속받지는 못했다. 한일 외교당국과 통상당국이 잇달아 회동하면서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만큼 이달 말 한일 정상회의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 종료 후 발표문을 통해 “양측은 현재 국제적 안보환경 하에서 앞으로도 각각 책임과 재량 하에 실효성 있는 수출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양국 수출관리제도와 운용에 대해 다양한 개선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도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수출관리 정책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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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수출관리 정책대화’ 한일 수석대표
손 맞잡은 ‘수출관리 정책대화’ 한일 수석대표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왼쪽)이 16일 오전 정책대화 장소인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12.16 도쿄 연합뉴스
산업부는 또 “양국은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서 전문적 관점에서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제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한 회의는 오후 5시로 예정된 시간을 3시간 이상 넘긴 오후 8시 15분쯤 끝났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국장, 일본 측에서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8명씩 참석했다.

이번 정책대화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7월 12일 상대국에 대한 통상 회의 예의에서 어긋나는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회의실에서 열린 실무급 회의와 달리 경산성 장관 주재 회의 때도 사용되는 정상적인 회의실에서 회의가 열렸고 생수와 커피 등도 준비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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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열리는 일본 경산성 특별회의실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열리는 일본 경산성 특별회의실 일본이 지난 7월 단행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는 양국 통상당국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16일 오전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정책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제1특별회의실 전경. 2019.12.16 연합뉴스
일본 측 대표단은 회의 시작 6분 전에 입장해 서서 한국 측 대표단을 기다렸고, 수석대표인 이다 부장은 잠시 회의실 밖에 서 있다가 한국 대표단 입장 직전 회의실로 돌아와 이들을 맞이했다.

한국 정부는 정책대화를 통해 일본의 오해를 풀고 최종적으로는 대한국 수출규제를 철회해 규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일본은 언제 대한국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으로 복귀시킬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 산업부가 회의 종료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일본이 수출규제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기로 했는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2016년 6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재개된 7차 정책대화를 시작으로 전략물자 수출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통상당국 간 소통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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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열리는 일본 경산성 특별회의실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열리는 일본 경산성 특별회의실 일본이 지난 7월 단행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는 양국 통상당국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16일 오전에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정책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제1특별회의실 전경. 2019.12.16 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홀대…두 나라 간 정식회의 맞나
일본의 한국 홀대…두 나라 간 정식회의 맞나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지난 7월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은 채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일본은 비품을 쌓아둔 공간에서 두 개의 책상을 붙여서 회의 테이블을 만들었고, 회의를 알리는 표지판도 종이를 출력한 뒤 화이트보드판에 무성의하게 붙여놨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홀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도쿄 연합뉴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민감기술 통제 관련 현황과 도전, 양국 수출관리제도 및 운영, 향후 추진계획 등을 의제로 논의했다.

다만 수출 규제 이전으로 가는 길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회의 당일 오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자 “애초에 상대국과 협의해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정책대화가 일본의 조치를 철회하기 위한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종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한 것이 하나의 진전”이라면서 “앞으로 대화를 거듭해 (규제 완화 재검토 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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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책대화에 임하는 이호현 무역정책관
한일 정책대화에 임하는 이호현 무역정책관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6일 오전 정책대화 장소인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2019.12.16 도쿄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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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책대화에 임하는 일본 무역관리부장
한일 정책대화에 임하는 일본 무역관리부장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16일 오전 정책대화 장소인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한국 대표단과 마주 앉아 있다. 2019.12.16 도쿄 교도=연합뉴스
당장 어떤 결론을 도출한다기보다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했던 한일 통상당국이 다시 한자리에 앉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지야마 경산상은 이번 대화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는지를 평가해 달라는 물음에는 “3년 6개월 만의 정책대화에서 상호 (수출관리) 체제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관리 체제에 대한 한국 측 설명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각각의 체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가지야마 경산상은 대화하는 것 외에 구체적 진전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면서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있고, 대화를 거듭하는 것은 판단의 재료가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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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 정책대화 종료
한일 수출 정책대화 종료 이호현 산업통산자원부 무역정책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대표단이 16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에서 열린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마친 뒤 본관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자 이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지난 7월 4일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을 겨냥해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감행했다.

이어 8월 2일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수출 우대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2차 경제보복 단행을 발표했다. 이후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이러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취한 이유로 양국 간 정책대화가 일정 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 등 3가지를 들었다.

한국은 일본이 제기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수출규제를 예고한 7월 1일부터 꾸준히 한일 간 대화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거부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책대화를 위한 두차례 준비회의를 제외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양국 통상당국이 만난 것은 7월 12일 개최된 한일 과장급 협의(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와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면서 무역분쟁의 첫 번째 절차로 진행된 1, 2차 한일 양자협의가 전부였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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