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폭력 논란… 방송 잠정 중단
때리거나 비하… 단순 흥밋거리로 소비나이 많은 남성·어린 여성 구조도 문제
문제가 된 보니하니 생방송 화면 캡처
EBS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출연자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여러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BS는 또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인 유아·어린이 특임국장과 유아·어린이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에서 생방송된 보니하니에서 ‘당당맨’ 역할의 최영수(35)가 미성년자인 진행자 채연(15)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방송에는 ‘먹니’ 역할의 박동근(37)이 채연을 상대로 욕설 섞인 성희롱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논란이 되자 EBS는 “출연자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생긴 심한 장난”이라는 해명을 내놔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폭력이나 인권에 무감각한 방송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료 출연자를 재미 삼아 때리거나 특정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5년 방영된 KBS 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는 출연자 박명수가 가수 설현의 머리를 손으로 세게 밀치는 모습이 방송됐다. 개그맨 장동민은 온라인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자는 멍청해서 남자에게 머리가 안 된다”고 하거나 스타일리스트가 일을 잘 못한다며 “망치로 XXX를 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을 한 팀으로 출연시키는 방송 환경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방송 중에 폭력 행위나 성희롱 발언이 있어도 대부분 어린 여성인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머 코드는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작자들은 프로그램의 ‘재미’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아보고, 제작현장에서 주요 결정권자가 남성인 만큼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12-13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