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만 따진 아파트 설계… 미세먼지 내보낼 바람길 막아”

입력 : ㅣ 수정 : 2019-12-1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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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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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아파트 ‘뷰’만 생각하면 미세먼지에 갇힌 도시를 만들기 십상입니다. 이제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도시를 만들 것인지, 아파트 가격만 고려할 것인지 선택할 시기가 온 겁니다.”

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들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요 원인에 대해 “미세먼지를 도시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바람길’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바람길’ 전문가인 박 연구위원은 미래 우리나라 도시 설계에 적용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토·환경계획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바람길은 도시에 불어오는 바람이 오염물질을 날려 도시의 대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조성되는 일종의 공기순환 통로다. 박 연구위원은 “어느 도시든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또 외부로부터 들어오게 돼 있다”면서 “결국 그 오염물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가 얼마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 자체가 미세먼지를 밖으로 내보내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들은 강과 산을 바라보게 설계됐는데, 이는 거실 전망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한강변에 아파트가 병풍처럼 지어진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이 병풍처럼 지어진 아파트가 바람길을 막고 있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산과 강은 일종의 자연 공기청정기와 같다. 여기서 만들어진 차고 좋은 공기가 도시로 빨리 유입돼야 미세먼지가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강이나 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지어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거실의 멋진 전망과 깨끗한 공기를 맞바꾼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연구위원은 신도시의 경우 도시계획 단계부터 바람길을 우선순위에 두고, 기존 도시들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단지별로 바람길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식물을 많이 심고 대형 미세먼지 포집기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도시 설계 과정에서 바람길을 내놓으면 추가 비용 없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아무리 도시가 경제적으로 발전해도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멕시코시티처럼 도시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9-12-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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