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같은 테니스…내일은 나도 정현

입력 : ㅣ 수정 : 2019-11-1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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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뜁시다! 넘버원 스포츠] ‘PLAY+STAY’ 매직 테니스의 신세계
매직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 4명이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 민락동에 있는 한 실내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레드볼과 오렌지볼, 그린볼 등 전용 감압구가 쌓여 있는 코트 바닥에 앉아 놀이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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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직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 4명이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 민락동에 있는 한 실내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레드볼과 오렌지볼, 그린볼 등 전용 감압구가 쌓여 있는 코트 바닥에 앉아 놀이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놀이인가, 테니스인가.

바닥이 평평한 곳이면 할 수 있다. 적당한 높이로 양쪽 기둥에 줄을 매 놓으면 그게 네트다. 고무판 등으로 바닥에 라인을 늘어놓으면 코트다. 운동장이 아니라도 좋다. 강당이나 공터, 심지어 빈 주차장도 문제없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라켓을 들 수 있는 운동, 바로 ‘매직 테니스’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 민락동 한 신축 건물 안에 자리잡은 실내 테니스 아카데미인 ‘ITA존’.

강습일은 아니지만 학교와 유치원을 마치고 이곳을 찾은 네 명의 어린아이들이 자신들의 키보다 살짝 작은 라켓을 들고 테니스를 하고 있었다. 임민채(7)양은 바닥에 그려진 기차길 모양의 라인을 따라 깡총깡총 뛰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라켓뿐 아니라 공도 예사롭지 않다. 각기 다른 세 종류의 공은 크기도 크기이지만 물렁거리는 게 1970년대 아이들이 갖고 놀던 속칭 ‘찜뽕공’과 흡사하다. 화랑초등학교 4학년생인 윤준서(11)군은 “아빠가 이 공을 보더니 동네 친구들과 어릴 때 갖고 놀던 찜뽕공 같다고 했어요”라고 웃었다.

●수도권에 ITA존 등 100여개 교습소

준서는 “열심히 테니스를 배워 언젠가 이 공을 졸업하고 정현, 로저 페더러 같은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동네 친구인 이승현(화랑초 4), 전승범(송산초 4)군은 준서가 테니스를 친다는 얘기에 솔깃해 구경 삼아 찾았다가 부모님을 졸라 ‘테니스 놀이’에 합세했다. “테니스는 어른들만 하는 운동인 줄 알았다”는 게 둘의 고백 아닌 고백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든 운동은 불가피하게 부상을 동반한다. 이 가운데 테니스는 가장 고질적으로 부상을 달고 사는 운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세계 남자프로테니스(ATP)를 삼등분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도 빠짐없이 부상으로 인한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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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보다 크고 공기 덜 들어간 감압구 사용

지난해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킨 뒤 한국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 신화’를 일궈 내면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반열에 올랐던 정현(23)도 몇 개월 뒤 발목 부상으로 거의 1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최근에야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했다. 프로 선수든 아마추어든 테니스 라켓을 갑자기 놓았다면 십중팔구는 부상 때문인 것이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007년 테니스의 가장 큰 약점인 부상으로 인한 ‘종목 기피’를 해소하고 테니스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테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른바 테니스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주축이 돼 만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PLAY+STAY’다.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인 2008년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명칭이 쉽게 와닿지 않자 대한테니스협회는 한국 실정에 맞는 이름을 공모해 ‘매직 테니스’로 바꿔 부른 게 이 종목의 시작이다.

매직 테니스가 추구하는 목표는 딱 한 가지다. 보다 쉽게 테니스를 습득하도록 돕는 것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하루 만에 기본 기술을 익혀 재미있게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지헌(47) 삼육대 교수는 매직 테니스의 장점으로 ▲테니스 입문이 빨라진 점 ▲별도의 스윙 연습 없이도 게임이 가능한 점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점 ▲개인 실력 차와 관계없이 함께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점 ▲많은 인원이 동시에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부상 위험 감소로 남녀노소 즐겨

일반 테니스와 매직 테니스의 구별 포인트는 공과 라켓의 차이다. 공은 레드볼과 오렌지볼, 그린볼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모두 일반 테니스공보다 크고 등급에 따라 공기가 덜 들어간 감압구, 속칭 ‘물렁공’을 사용한다. 일반공보다 공기가 덜 들어가다 보니 타구의 속도가 느리다. 이에 따라 초보자도 자신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공을 선택할 수 있다.

공의 종류에 따라 코트의 크기도 달라진다. 감압구는 타구의 속도가 느리고, 그에 따라 지면 반발계수도 대폭 떨어져 공의 바운스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일반 테니스공보다 공기가 75% 덜 들어간 레드볼의 경우 정규코트의 4분의1 크기인 가로 11m×세로 5~6m짜리 미니코트를 쓰게 되고 50% 덜 들어간 오렌지볼은 정규코트의 절반인 가로 18m×세로 6.5~8.3m의 중간급 코트에서, 25% 감압한 그린볼 사용자는 정규코트와 거의 같은 크기인 가로 23.8m×세로 8.23m의 코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네트의 높이도 사용하는 공에 따라 80~91.4㎝ 사이에서 조정된다. 라켓의 크기 역시 최소 19인치에서 성인 플레이어와 같은 27인치까지 다섯 종류를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타구 속도 줄어 초짜들 쉽게… 재밌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매직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는 아카데미는 ‘ITA존’을 비롯해 어림잡아 100개 안팎이다. 그러나 ‘ITA존’의 이상훈(29) 코치는 “매직 테니스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만 있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와 주민센터 등 지역단체에서 고령자들을 위한 무료 강습도 열린다”고 귀띔했다.

●라켓 크기·코트 규모·네트 높이도 조절

실제로 임 교수가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남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의 교습생 15명의 평균 나이는 72.5세로 상상 못할 정도로 높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91세나 된다. 임 교수는 “매직 테니스가 보급되면서 테니스는 이제 하기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임을 이곳 어르신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9-11-15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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