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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향해 ‘만세 48창’ 찬반 논란…인기 아이돌 아라시도 “만세!”

일왕 향해 ‘만세 48창’ 찬반 논란…인기 아이돌 아라시도 “만세!”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1-12 12:03
업데이트 2019-11-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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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 축하 행사에서 만세 부르는 시민들
일왕 즉위 축하 행사에서 만세 부르는 시민들 일본 도쿄 고쿄(皇居) 앞 광장에서 9일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 축하 카퍼레이드 행사에서 시민들이 일장기와 등불을 들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19.11.10
로이터 연합뉴스
‘섬뜩하다·집요하다’ vs ‘축하의 뜻·일체감 느꼈다’
전문가 “만세는 일왕숭배·군국주의 방책이었다”

지난 9일 일본 왕궁(고쿄·皇居) 앞 광장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 축하행사(국민제전) 때 일왕 부부가 행사장을 떠난 뒤에도 왕을 향한 만세가 수십 차례 이어진 것을 놓고 일본 내에서 논쟁이 오가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3만여명이 모여든 가운데 열렸던 당일 행사에서 일왕 부부가 현장을 떤나 뒤에도 만세 삼창이 최소 16번이나 이어져 ‘만세 48창’이 이뤄졌다.

이부키 분메이 전 중의원 의장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며’라는 설명과 함께 선창하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만세를 따라 불렀다.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 멤버 5명도 양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외쳤다.

이후에도 주최 측의 선창으로 ‘양 폐하 만세’, ‘일왕 만세’의 함성이 계속 이어졌다.

이 행사는 TV로 생중계됐다.

그러자 SNS에 관련 투고가 줄을 이었다. ‘끝없는 만세가 무섭다’거나 ‘집요하다’, 젊은 병사가 일왕만세를 외치며 죽어간 2차 대전을 언급하며 ‘섬뜩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

반면 ‘경의와 축하의 뜻을 전하는 거니 좋지 않으냐’거나 ‘일체감을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축하행사는 이부키 전 중의원 의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봉축의원연맹’과 게이단렌 등 민간단체로 구성된 ‘봉축위원회’가 주최했다. 위원회에는 개헌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보수계 단체 ‘일본회의’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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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 카퍼레이드에 일장기 흔드는 일본 어린이들
나루히토 일왕 카퍼레이드에 일장기 흔드는 일본 어린이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탄 오픈카가 10일 오후 도쿄 도심 거리를 지나가자 어린이들이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2019.11.10 연합뉴스
홍보 담당자는 만세는 “축하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일왕 부부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 실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초대 진무(神武天皇) 일왕 ‘즉위’ 이후 2600년 이상의 역사가 있었다는 설명과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서인 고지키(고사기·古事記)에 나오는 일본 건국신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만세’였다. 만세의 역사는 메이지 22년(1889년) 대일본제국헌법 공포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지 왕의 마차를 향해 만세를 부른 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를 지낸 와카쓰키 레이지로가 저술한 ‘메이지·다이쇼·쇼와 정계비사-고풍암회고록-’에 따르면 이때까지는 일왕을 환호하는 단어가 없어 공손하게 인사만 했으나 존경과 친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대학 교수 등이 고안해 낸 단어가 ‘만세’였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나루히토 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인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는 국가 행사로 진행됐다.

아베 신조 총리의 만세삼창 선창을 참석자들이 따라서 불렀다.

‘일왕폐하 만세’를 부르기에 앞서 ‘즉위를 축하드리며’라는 말을 붙였다.

국민주권을 규정한 현행 헌법 하에서 이뤄진 첫 왕위 교대 행사였던 ‘헤이세이(平成)’ 때의 의식을 답습했다.

만세가 계속되자 SNS에서는 정작 일왕이 ‘곤란해 하지 않았을까’라는 글도 올라왔다.

현장을 지켜본 하라 다케시 방송대 교수(일본 정치사상사)는 “참가자들이 직접 스크린을 통해 일왕 부부의 표정을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두 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고 만세를 계속하는 건 이상했다”고 말했다.

가와니시 히데야 나고야대 대학원 교수(역사학)는 “세계대전 전처럼 왕의 권위를 높이고 싶어 하는 보수파의 생각이 장시간 만세를 계속 부른 데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행사에 인기 아티스트 등을 참석시켜 왕실에 흥미가 없는 층도 끌어 들이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만세’라는 단어는 전에 일왕 숭배나 군국주의를 추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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