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는 종종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이 거대한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조각이나 밑그림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퍼즐을 사지 않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퍼즐의 품질보증서는 실제 처분 환경과 유사하게 만든 실험시설인 지하처분연구시설(URL)이다.
퍼즐 고수라면 가장 먼저 맞추는 가장자리 틀이 바로 처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처분시스템은 처분용기처럼 사람이 개발할 수 있는 공학적 방벽과 처분할 장소, 즉 암반과 같은 자연환경인 천연 방벽으로 이뤄져 있다. 처분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수리적, 역학적, 화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수백년 이상의 초장기적 시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의 특성상 각 요소들의 변화와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해석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개발된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도 사전에 증명해야 한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선도국들은 URL에서 처분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증하고 최종 처분을 위한 인허가 과정에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실제 처분장 깊이까지는 못 미치지만 원자력연구원에서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을 갖추고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처분 기술을 검증하는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제 처분장의 깊이와 같은 URL이 반드시 필요하다. URL은 단순히 기술을 검증하는 실험시설이 아니다. 기술의 안전성을 국민에게 보여 주고 소통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퍼즐을 맞추면서 국민 신뢰를 마지막 조각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처분시스템 틀을 맞추고 중요한 기술 조각들을 URL에서 증명해야 ‘국민이 안심하는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이라는 멋진 그림을 적기에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19-11-05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