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弗 트럼프 장벽, 100弗 가정용 톱에 뚫렸다

100억弗 트럼프 장벽, 100弗 가정용 톱에 뚫렸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11-03 22:28
수정 2019-11-04 01:5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밀수업자, 15~20분 만에 통로 만들어…절대 못 뚫는다던 트럼프 “고치면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비유하며 극찬했던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장벽이 가정용 전기톱에 뚫렸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며 일명 ‘트럼프 장벽’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뚫지 못할 벽은 없다’는 우려가 적중한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미 관리들과 국경순찰대의 말을 인용해 밀수 조직들이 새로 건설된 장벽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밀수업자들은 철물점에서 100달러(약 11만 6700원)면 사는 흔한 무선 전기직쏘(왕복톱)에 특수 날을 장착해 최근 몇 달간 반복적으로 장벽에 구멍을 뚫었다. 장벽은 상단 패널에 연결된 5~9m 높이의 여러 개의 강철 말뚝이 지면 아래 콘크리트에 일렬로 심어진 형태로 말뚝의 내부 하단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밀수업자들은 불과 15~20분 만에 말뚝의 하단부를 절단할 수 있었고, 상단 패널에만 고정된 기다란 말뚝을 밀어 통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밀어낸 말뚝은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적발의 위험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관리들은 이렇게 만든 통로를 통해 멕시코 범죄 조직들이 막대한 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국경 장벽은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부터 밀어붙인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로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100억 달러(약 11조 67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우리는 매우 강력한 장벽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강한 장벽도 뚫릴 수는 있다”면서 “자르는 것은 매우 쉽게 고칠 수 있다. (장벽을) 이렇게 만든 이유 중 하나”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앞서 “사실상 뚫을 수 없는 장벽”이라면서 불법 이민자들이 통과할 수 없는 ‘명품’이라고 호언장담한 것과는 상반된다.

한편 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으며,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또한 장벽 훼손 발생 건수나 장소, 보수 절차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다만 한 관리는 “절단 사고 일부가 장벽 건설 과정에서 자동전자센서가 부착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했다”면서 “센서가 부착되면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11-04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