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압박에 공장 70차례 조사한 지자체…법원 “단속권 남용”

입력 : ㅣ 수정 : 2019-10-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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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전 압박 위해 오염물질과 무관한 단속까지…2천만원 배상”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음에도, 인근 주민들의 요구로 과도하게 단속한 지자체에 법원이 “위법한 단속”이라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임정엽 부장판사)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재생 아스콘 등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A사가 안양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안양시가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84년부터 운영해 온 이 공장을 두고 송사가 벌어진 것은 80m 떨어진 곳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다.

2017년 아파트 주민들이 안양시에 공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는 등 압박에 나섰다.

그러자 안양시는 이듬해 3월 41명의 공무원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25일간 19차례에 걸쳐 이 공장에 대한 조사와 단속을 벌였다.

하루에도 여러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서로 다른 단속을 해, 개별 단속항목을 따지면 70차례가 넘는 단속이 이뤄졌다.

그러나 건설기계 불법 주차나 화물차량 과적 등 실제 적발된 사례는 10여차례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서는 벤조피렌 등의 배출량이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조사권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안양시의 단속행위가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민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공무원을 동원해 단속행위를 반복하거나 오염물질 배출과 무관한 단속까지 해 A사를 압박했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이 금지한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단속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더 구체적으로 “안양시의 단속은 공장의 가동 중단이나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허용기준을 넘거나 주민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9개 과의 직원 32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적발사항이 발견되지 않아도 단속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과 비례의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에 따른 재산상 손해로 1천만원을,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데 대한 위자료로 1천만원을 각각 책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사가 안양시 부시장과 환경보건과장 개인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지했다거나 중과실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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