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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이 속삭였다… 풍경은 낭만이 됐다

그 섬이 속삭였다… 풍경은 낭만이 됐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9-10-10 17:26
업데이트 2019-10-1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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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풍광 가득한 필리핀 보홀

보홀을 대표하는 명소인 초콜릿힐. 건기(12월~5월) 무렵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선사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낮은 산들이 사방으로 봉긋봉긋 솟은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보홀을 대표하는 명소인 초콜릿힐. 건기(12월~5월) 무렵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선사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낮은 산들이 사방으로 봉긋봉긋 솟은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세부까지 간 마당에 보홀섬을 빼놓을 수는 없다. 세부에서도 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더 적요한 남국의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수없이 솟은 ‘키세스 초콜릿’ 닮은 봉우리

보홀의 대표적인 명소는 초콜릿힐이다. 보홀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책자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제주의 오름군을 닮은 듯한 반구형 봉우리들이 보홀섬 중심부의 대평원에 수없이 솟아 있다. 필리핀 관광부에 따르면 그 수가 약 127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주 오름보다 약 4배 많은 산들이 촘촘하게 솟아 있다고 보면 알기 쉽겠다.

건기(12∼5월)가 되면 봉우리를 뒤덮은 녹색의 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 해서 ‘초콜릿힐’이다. 그러니 이름에 가장 걸맞은 풍경을 선사하는 시기는 건기인 셈이다. 봉우리는 대부분 풍화에 약한 석회암으로 이뤄졌다. 현지 가이드는 지각변동으로 인한 융기와 풍화 등을 거치면서 현재와 같은 독특한 형태를 이루게 됐다고 전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해발 550m짜리 산 위에 전망대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크고 작은 ‘초콜릿’들이 봉긋봉긋 솟은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전망대 정상 바로 아래에 종이 있다.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보홀 대표 명물 안경원숭이·돌고레떼

초콜릿힐로 향하는 도로 양쪽으로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이어진다. 이른바 ‘맨메이드 포레스트’다. 1960년대 필리핀 정부가 고급 목재로 쓰이는 마호가니 나무를 심어 조성한 인공 삼림지대다. 마호가니 숲의 길이는 수 ㎞에 이른다. 도로 변에 차를 세우고 인증샷을 찍는 이들이 많다. 도로 폭이 좁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홀을 상징하는 야생 동물은 타르시어 원숭이다. 우리에겐 안경원숭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이 쓴 안경처럼 크고 동그란 눈을 가졌다. 몸길이는 십수㎝에 불과하지만 녀석은 야행성 포식자다. 자기 체구보다 몇 배 높이 뛰어올라 메뚜기, 나비 등 곤충들을 사냥해 배를 채운다. 반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낮에는 잠만 잔다. 시력도 희미해진다고 한다.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어서 타르시어 보존센터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가 십수㎝에 불과한 타르시어 원숭이. 귀엽다고 다가갔다간 큰코 다칠 수도. 낮에는 잠만 자다 밤이면 포식자로 돌변한다.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가 십수㎝에 불과한 타르시어 원숭이. 귀엽다고 다가갔다간 큰코 다칠 수도. 낮에는 잠만 자다 밤이면 포식자로 돌변한다.
보홀섬의 관문 타그빌라란항구 풍경.
보홀섬의 관문 타그빌라란항구 풍경.
알로나 비치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다.
알로나 비치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다.
돌고래떼를 보는 ‘돌핀 와칭’ 투어 프로그램도 인기다. 돌고래 관찰 프로그램은 파밀라칸섬 인근에서 주로 진행된다. 팡라오 섬에서도 40분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알로나 비치 ‘밀가루 해변’에 누워볼까

보홀 본섬과 연도교로 연결된 팡라오섬에는 알로나 비치가 있다. 물빛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해변의 모래가 곱다. 손으로 만지면 밀가루처럼 부서진다. 이런 모래를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마 이 ‘밀가루 해변’을 만든 일등 공신은 파랑비늘돔(앵무고기)일 것이다. ‘샌드 메이킹 머신’(sand-making machine)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저 파랗디 파란 바다 아래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자라고 있을 것이고, 그 산호를 빻아 모래로 뱉어내는 파랑비늘돔도 득실댈 것이다. 알로나 비치의 야자수 그늘에 앉아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면 시간이 살처럼 흐른다.

글 사진 보홀(필리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9-10-11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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