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도 기운 바닥·열 맞춰 놓인 66개 의자…‘설치미술’ 같은 스웨덴 도서전 한국관

1도 기운 바닥·열 맞춰 놓인 66개 의자…‘설치미술’ 같은 스웨덴 도서전 한국관

이슬기 기자
입력 2019-09-26 23:10
업데이트 2019-09-27 03:1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설계 함성호 “불완전한 인간성 표현”

29일까지… 한강·김언수 작가 등 참석
이미지 확대
26일(현지시간) 개막한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의 한국관 전경. 66개의 의자 위에 한국 작가들의 책이 올려져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26일(현지시간) 개막한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의 한국관 전경. 66개의 의자 위에 한국 작가들의 책이 올려져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가로 9m, 세로 19m. 171㎡ 남짓한 공간의 바닥은 1도로 아주 미세하게 기울어졌다. 열 맞춰 놓인 66개 검은 의자 위에는 네 권씩, 도서 131종을 올려놨다. “설치 미술이야, 도서전이야”라는 찬사를 받았던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 한국관의 모습이다. 이를 설계한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는 “인간성이라는 게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해 보자”라는 취지를 꺼냈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면서 우리 모두 다 불완전하며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이는 한국관의 주제 ‘인간과 인간성’과도 맞닿아 있다.

26일(현지시간) 개막한 도서전은 29일까지 나흘간 예테보리 스웨덴 전시·회의센터에서 ‘성평등’, ‘미디어 정보 해독력’을 주제로 열린다. 북유럽 최대 규모로, 약 1만 1000㎡ 전시장에 38개국, 800여개 기관·회사의 부스가 설치됐다. 한국은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한국관의 주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시 조명한다는 의미다. 자문위원을 맡은 김동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지점을 함께 고찰한다면, 개최국에서 말하는 ‘성평등’을 인간의 조건으로 끌어안으면서 대화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젠더와 노동, 시간의 공동체 등 6가지 주제로 나눠 한국 도서들을 선별, 전시했다.

전통타악기, 해금, 피아노, 보컬, 퍼커션으로 구성된 여성 4인조 ‘더 튠’의 공연으로 시작된 한국관 개막식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고등학생 딸에게 소개할 책을 보러 왔다”는 주민 시실리아 미디(45)는 “의자를 비치해 그 자리에서 책을 보게 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유준재 작가의 그림책 ‘파란 파도’를 집어든 스웨덴의 삽화가 제시카 베이룬드(55)는 “책 전체를 가득 채운 파란색 파도와 곧 뛰쳐나올 것 같은 말 그림이 용감한 시도”라며 “스웨덴 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삽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작가, 책들에 대한 관심은 예테보리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현지서도 잘 알려진 한강 작가와 ‘K스릴러’를 대표하는 김언수 작가는 도서전 주최 측에서 먼저 초청을 희망했다.

아울러 현기영·김금희·김숨·조해진 소설가, 김행숙·신용목 시인 등이 진행하는 문학 세미나가 6회, 김현경 인류학자·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비문학 세미나가 4회 열린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9-27 24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