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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충돌할뻔한 ‘2019 OK’ 조기 포착 못 한 NASA 적지않이 당황

지구 충돌할뻔한 ‘2019 OK’ 조기 포착 못 한 NASA 적지않이 당황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9-21 10:48
업데이트 2019-09-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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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근접 30분 전에야 직원들에 긴급 통보…내부 이메일 통해 드러나

소행성 지구충돌
소행성 지구충돌 픽사베이 제공
지난 7월 말 축구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약 7만3천㎞ 거리를 두고 지나간 적이 있다. 지구와 달 거리의 약 5분의 1밖에 안 돼 지구를 거의 스쳐 지나간 것이나 마찬가지로 인식됐다.

지구와 충돌했다면 도시 하나가 날아갈 정도라는 평가가 나왔으며, ‘지구 근접 천체’(NEO) 감시 활동을 주도해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불과 몇시간을 앞두고 이를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적지않이 당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뉴스’가 정보공개청구법을 통해 입수한 당시 NASA 관계자들 간의 이메일을 통해 확인됐다.

버즈피드뉴스에 따르면 NASA 행성 방어담당관 리들리 존슨은 7월 24일 관련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9 OK’가 약 24시간 전에 발견됐다”면서 “내일 언론 보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약 30분 뒤 57~130m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0.18 달 거리를 두고 지나간다는 점을 긴급히 알린다”고 썼다.

2019 OK는 지구 옆을 지나가던 당일 브라질의 한 작은 천문대에서 처음 관측했으며, 시속 8만8천㎞로 빠르게 지나가 경고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NASA는 2019 OK가 지나가고 몇주 뒤 낸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에 충돌했다면 약 80㎞에 걸친 지역을 파괴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충돌은 3천년에 한 번 일어나는 수준이라고 했다.

당시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폴 코다스는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9 OK는 특별히 더 몰래 다가온 소행성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소행성은 여러 겹으로 쳐놓은 포착망을 완전히 빠져나갔으며, 전혀 포착되지 않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2019 OK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NASA가 지원하는 소행성충돌최후경고시스템인 ‘아틀라스(ATLAS)’ 망원경이 사흘 전인 7월 21일 이를 포착했지만 구름에 가려져 있어 NEO로 규정되지 않았다. 하와이 할레아칼라 천문대에 있는 판-스타스(Pan-STARRS) 망원경은 이보다 더 앞선 6월 28일과 7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2019 OK를 관측했지만, 너무 멀리 있고 희미해 의미를 두지 못했다고 한다.

NASA는 기상악화와 달의 위치, 소행성의 느린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2019 OK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궁극에는 의회와의 예산 줄다리기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의회는 2005년 법으로 지구에 근접하는 위험한 천체의 90%를 찾아내도록 NASA에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망원경이나 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확보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매사추세츠공대(MIT) 행성 과학자 리처드 빈젤 박사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2019 OK와 같은 근접 천체로 놀란 것은 전혀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면서 “현재 소행성 탐색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 할 수준에 도달해 있지 못하다”고 했다.

한편 NASA 관계자들이 2019 OK가 지구에 근접해 지나간 뒤 “시티 킬러(city killer)”, “핵폭발‘ 등과 같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에 불만을 갖고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심했던 흔적도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이름이 지워진 한 직원은 존슨과 코다스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가 호주 천문학자의 말을 인용해 처음으로 2019 OK를 ”시티 킬러“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 천문학자들이 누군지 안다면 말하기 전에 생각을 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면서 소행성과 관련한 자극적 단어를 순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존슨 담당관은 ”특별히 더 화나게 하는 것은 호주인들이 행성 방어를 위해 지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라는 노골적인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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