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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안되는 남북대화…통일장관의 ‘임중도원’

진전 안되는 남북대화…통일장관의 ‘임중도원’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9-09-19 22:18
업데이트 2019-09-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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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선언 1주년… ‘남북관계 사령탑’ 김연철 장관의 고뇌와 기대

‘강력한 대화론자’로 기대 컸지만
남북경색 국면 쌀 지원 등 ‘물거품’
개성공단 방북승인에도 北 무응답
일각선 “강연·축사에 치중” 비판도


金장관 “남북 소통 채널 열어둘 것”
이달말 북미 대화 재개로 다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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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앞줄 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연철(앞줄 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보수 야당은 격렬히 반대했다. 대표적 대화론자인 그가 급진적 남북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어디까지 왔을까. 표면적으로는 거의 전진하지 못했다.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여파로 남북관계도 꼼짝없이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강력한 대화론자인 김 장관마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종속돼 있음을 실감케 한 지난 반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 장관의 측근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을 놓고 사석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곤 했다.

물론 김 장관은 지난 4월 8일 취임할 때 북미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듯 서두르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임중도원’(맡겨진 일은 무겁고 길은 멀다)이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돌이켜 보면 지난 반년이 그의 말대로 된 셈이다. 아마 그 말을 한 김 장관 스스로도 교착상태가 이처럼 길어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법하다.

물론 김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통일부 차원에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궁리해 냈다. 우선 대북 쌀 지원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대북 인도적 협력은 정치·안보 상황과 분리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쌀 5만t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김 장관으로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인 셈이지만 북한은 8월 한미 연합 훈련이 그간의 합의사항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며 쌀 수령을 거부했다. 결국 당초 전달 완료 목표 시점인 9월에도 절차에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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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선언 1년…그날의 역사 간직한 천지
9·19 선언 1년…그날의 역사 간직한 천지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은 19일 남북은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관계를 반영하듯이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지난 11일 백두산 천지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20일 백두산 장군봉과 천지를 찾아 손을 맞잡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AFP 연합뉴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개성 시설 점검 역시 정부에선 방북승인을 내줬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은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기고글에서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제재가 아니라 자해라고 한 바 있는데. 여전히 같은 생각이냐”라는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강한 소신을 드러낸 분야이기도 하다. 또 통일부는 이산가족 화상상봉 시설 개·보수 공사까지 진행했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8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가 “앞으로 남북관계 활성화가 돼 질문이 폭주해 2시간쯤은 기자들에게 브리핑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다.

남북대화가 막히자 김 장관은 각종 국내 강연 일정을 적극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실제 9월 공식일정 중 국회 출석 외엔 전북대 옴니버스 특강, 한민족공동체방안 30주년 기념행사 기념식 참석 등이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금 장관이 축사를 하고 다니는 것은 참 국가적 비극”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나마 9·19 평양 선언 1주년 기념행사가 기대를 모았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축소 개최되는 불운을 맛봤다. 1년 전 이맘때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개성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있었다는 점과 대조된다.

그러나 김 장관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19일 9·19 1주년 기념사에서 “북미 실무협상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의 채널도 항상 열겠다”고 했다.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지금 김 장관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그는 장관이 되기 전인 2018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한국의 역할은 내비게이터다. 어려운 고비가 오면 남북 관계가 북·미보다 한 발 정도 앞에 나가면서 해소 국면을 끌어낼 수 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9-09-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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