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한미 동맹 셈법’, 비용에만 치우쳐선 곤란

입력 : ㅣ 수정 : 2019-09-1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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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대기자

▲ 김균미 대기자

추석 연휴도, 고용 사정이 대폭 개선됐다는 정부 발표도,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기사도 사람들의 관심을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돌려놓지 못했다. 언론 보도도, 사람들의 사적인 모임도 결론은 언제나 ‘기승전조국’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전격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마저 ‘조국 블랙홀’에 빠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막판에 결정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최근 한두 달 동안 집중 제기된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와 한미 공조도 주요 의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에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실무협상 일정도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데다 북한 외무상이 총회에 불참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미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보다는 한미동맹 이슈가 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달 말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걱정이다. 양국이 검토하는 분담금 규모뿐 아니라 셈법이 워낙 차이가 나 미국 정부의 의중을 최고위층에서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 말고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갱신 거부 결정 이후 한미일 관계, 호르무즈해협 호위 참여 범위와 방안,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유엔사 역할 등 다뤄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 측이 한국에 연간 50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청구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연합훈련 비용 등이 포함된 액수다.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1조 389억원보다 5배가량 많다. 액수도 액수지만, 미국은 지난해부터 치밀하게 협상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얼마나 대비가 돼 있는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이번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대표단 구성이다. 그동안 10차례 협상을 이끌어 온 국방부와 외교부가 빠지고 기획재정부 출신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수석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과의 국방·안보협상 경험이 없는 기재부 출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의 전략이 워낙 복잡해져 외교부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 외교부에 오히려 더 큰 부담이 아닐까. 협상단의 일원으로 방위비 협상이 동맹이나 안보 입장보다 비용 문제로만 흘러 한미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이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

한국도 미국의 달라진 방위비분담금 셈법에 대응해 조기 반환을 추진하기로 한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비용과 토지임대료, 전기요금, 카투사(한국 주둔 미 육군에 파견 근무하는 한국 군인) 인건비 등을 항목별로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동맹을 철저히 비용으로 인식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통상과 경제 전문가들을 안보 협상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따져 봐야 한다.

그동안 선거 공약은 거의 다 이행해 왔다는 트럼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속내와 협상의 여지를 탐색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회담 결과에 따라 ‘동맹비용’에 대한 한국의 협상 전략과 마지노선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의 깜짝 카드에도 대비해야 한다. 협상단도 뒤늦게 꾸려져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반미감정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되고, 미국에서는 내년 11월 대선이 실시된다. 양쪽 모두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의 승리보다 국익만 쳐다보고 협상 전략과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한 외교 전략을 짤 때다. 외교수장과 청와대의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가 감정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과 중동 정정 불안,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은데, 한국은 조 장관 문제에 빠져 관심도, 여력도 없다. 한숨만 나온다.
2019-0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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