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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숙명여고에서는 100점 가능”…前교무부장, 1심 반박

“쌍둥이 숙명여고에서는 100점 가능”…前교무부장, 1심 반박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09-18 18:40
업데이트 2019-09-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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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학원강사 “쌍둥이 성적 오른 이유는 성실함”

학원강사 “숙명 내신 평범해 100점 기대했다”
풀이과정 부실 지적에 “풀이 기재 민망한 문제”
전 교무부장 옛 제자도 나와 쌍둥이 유죄 반박
59등, 121등 석차에는 “그 정도면 잘한 것”

시험지에 답안나열은 “보편적인 시험 스킬”
숙명여고 쌍둥이 ‘전 과목 정답’ 메모
숙명여고 쌍둥이 ‘전 과목 정답’ 메모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 메모. 이 메모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자택에서 발견됐다. 2018.11.12.
수서경찰서 제공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측이 “숙명여고는 내신시험이 평범해 쌍둥이 자매의 100점이 가능하다”며 학원 강사와 옛 제자 등의 증언을 동원해 반박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학원 선생님 박모씨를 상대로 현씨 딸의 실력 등에 대해 질문했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현씨 딸에게 수학을 가르친 박씨는 “숙명여고 수학 내신문제는 은광여고, 단대부고 등 다른 강남 8학군에 비해 평이해서, 노력만 한다면 100점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8학군 학교들을 비교하면서 “예를 들어 휘문고·중동고·단대부고·은광여고 등은 (내신 시험이)아주 어렵다”면서 “숙명여고의 경우 ‘이렇게 나오니 이것만 훈련하라’며 연습을 시킨다”고 말했다.

주변의 강남 학교들에 비해 교육과정에 충실한 평범한 문제를 내는 편이라 풀이가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시험지. 시험지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적혀있다. 2018.11.12
수서경찰서 제공
변호인이 “숙명여고는 학원에서 상위 레벨이 아니더라도 잘 준비하고 내신을 치르면 충분히 100점이 가능하냐”고 묻자 박씨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현씨 딸에 대해 “성적이 오른 이유는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복습 테스트 등으로 아이의 상태를 판단한 결과, 100점을 받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했었다”고 평가했다.

1심이 현씨 딸의 성적이 ‘실력’에 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도 박씨는 반박했다.

학교 성적이 급상승한 데 비해 학원의 레벨 테스트 결과는 4레벨에서 3레벨로 오른 데 그친 것을 두고 박씨는 “당시 3레벨 중에도 전교 5등 안에 드는 학생과 100등이 넘는 학생이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벨 테스트는 문제 형태가 내신과 매우 달라서 학교 성적과 비례하지 않는다”면서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지만 학원 레벨테스트를 잘 받으려 과외를 하는 학생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씨는 1심에서 풀이 과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현씨 딸의 학교 시험 문제에 대해서는 “풀이를 기재하기 민망한 문제”라거나 “풀이를 이해하는 학생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숙명여고 시험지 및 정답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유출 정황 증거. 경찰이 앞서 압수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모에서 영어 시험 문제 유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수서경찰서 제공
숙명여고 시험지 및 정답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유출 정황 증거. 경찰이 앞서 압수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모에서 영어 시험 문제 유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수서경찰서 제공
박씨는 문제가 된 11번, 15번 수학 문제를 법정에서 풀어보이며 “쌍둥이 자매는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풀이를 했다”면서 “만일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풀이를 길게 썼다면 ‘왜 구질구질하게 많이 썼느냐’고 혼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제는 대학생이 된 현씨의 옛 제자도 출석해 증언했다.

이 제자는 “재학 시절 1학년 때 전교 1등을 한 학생이 계속 1등을 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숙명여고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씨의 두 딸이 전교 1등으로 올라서기 전 석차인 전교 59등, 121등에 대해 “그 정도라면 학생 사이에서도 공부를 잘한다고 평가받는다”고 답했다.

또 자신도 학교에 다닐 때 시험지 구석에 자신이 쓴 답안을 작은 글씨로 나열해 본 경험이 있다며 “답안이 헷갈릴 때 전체 문항의 답안 분포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는 학원·학교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보편적인 시험 스킬”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현씨의 두 딸이 1심 과정에서 내놓은 해명과 같은 논리다.
숙명여고 문제유출에 사용된 시험지와 휴대폰
숙명여고 문제유출에 사용된 시험지와 휴대폰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경찰이 압수한 시험지와 암기장, 휴대폰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18.11.12
연합뉴스
앞서 현씨의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둥이 자매는 법정에서 “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현씨는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며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알아낸 답안을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응시하게 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학기가 거듭될수록 전교 석차가 수직 상승해 나란히 문과와 이과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시험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1심은 현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선고된 형량이 낮다고 판단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현씨도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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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문제유출’ 쌍둥이 아빠 영장 심사
‘숙명여고 문제유출’ 쌍둥이 아빠 영장 심사 서울 숙명여고에 재직하면서 2학년에 다니는 자신의 딸들에게 정기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A씨가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11.6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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