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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 6명 사상 광주 아파트 화재, 전동 킥보드 발화 추정

추석 연휴 첫날 6명 사상 광주 아파트 화재, 전동 킥보드 발화 추정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09-12 23:53
업데이트 2019-09-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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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매달린 딸, 이웃이 구조 직후 부친 추락 등 50대 부부 2명 사망

아들·친구, 5층서 뛰어내려 화상·골절상
위기상황 속 적극 이웃 구조 나선 주민들
경찰·지자체, 임시거처·장례비 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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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난 광주 아파트
불 난 광주 아파트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2019.9.12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추석 연휴 첫날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창문에 매달린 20대 딸은 이웃에 구조됐지만 딸 구조 직후 아버지는 추락해 숨졌다. 아들과 친구는 5층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주민 10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수사당국은 현관문 근처에서 충전하고 있던 전동 킥보드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화마에 부모를 여읜 피해자들에 대한 임시 거처 마련 등 지원에 나섰다.

12일 오전 4시 21분쯤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 A(53·남)씨 집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약 2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이른 새벽 시간에 난 화재로 인명 피해는 컸다.

불이 난 집안에는 부부와 20대 딸과 아들, 아들의 친구 등 모두 5명이 머물고 있었다.

불이 나자 아들과 친구는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딸은 보일러실 창틀에 매달려있다가 이웃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주민 양모(46)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아래 층인 4층 집에 들어가 창문에 몸을 걸친 채 손을 뻗어 5층 창문에 매달린 A씨 부부의 딸(22)의 다리를 잡고 끌어당겨 극적으로 구조했다.

양씨는 “2명이 매달려 있길래 1명이라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갔다”면서 “다행히 딸이 보일러 연통에 발을 걸치고 버티고 계셔서 제가 끌어당겨 구조를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뉴스1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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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
아파트 화재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 불로 50대 부부가 숨지고 자녀와 주민 등이 부상을 입었다. 2019.9.12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A씨는 딸이 구조된 뒤 추락해 숨졌다. 부인 B(50)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A씨의 추락에 대비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쓰레기 봉투를 화단에 옮겼지만 추락사를 막지 못했다.

주민 김씨는 “맞은 편에 살고 있는데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면서 “사람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으니 주민들이 새벽에 뛰쳐 나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레기 봉투를 화단 아래에 옮기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A씨가 쓰레기 봉투 위로 떨어지지 못해 숨졌다며 가슴 아파했다.

A씨의 자녀와 친구 등 3명은 다리 화상을 입거나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새벽 시간대 불이 나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는데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23명은 꼭대기 층에 모여있다가 구조됐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80대 주민은 대피 과정에서 주차장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넘어져서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주민 10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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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첫날 화재로 부부 숨져
명절 연휴 첫날 화재로 부부 숨져 추석연휴 첫날인 12일 새벽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소방당국 등은 10분간 연기가 발생한 후 갑자기 불길이 번졌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상황 등을 조사 중이다. 사진은 불에 탄 아파트 외부 모습. 2019.9.12
뉴스1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관문 근처 거실에서 충전하고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화재현장을 감식한 결과, 현관문과 인접한 거실에서 불길이 강하게 일어난 점을 바탕으로 거실에서 충전하고 있던 전동 킥보드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길로 현관문으로 나갈 수 없게 된 A씨 등은 결국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A씨가 추락사하고, 부인 B씨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추석 연휴에 비극적 사고로 부모를 여읜 남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힘을 합쳐 돕기로 했다.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화재 피해자들에게 장례 절차와 임시 거처 등을 제공하고 의료·생계비 지원, 불에 탄 집 정비와 화재 피해 손해 배상, 상속 등 법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광산경찰서는 화마에 부모를 잃은 남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을 우려가 있어 전문 상담 요원을 배치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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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서 빛난 시민의식
위기상황에서 빛난 시민의식 12일 오전 4시 21분쯤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 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부부의 자녀와 이웃 주민 등 여러 사람이 다쳤다. 사진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주민들이 대피 과정에서 아파트 창문에 매달려 있던 이웃이 다치지 않도록 쌓아둔 쓰레기 더미의 모습. 2019.9.12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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