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판 깼던 ‘대북매파’ 볼턴 퇴장…이달 말 북미 실무협의 청신호

입력 : ㅣ 수정 : 2019-09-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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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핵폐기론’ 볼턴 경질 北엔 긍정적 신호
美, 단계적 북핵 해결론 긍정 검토 가능성
연내 북미 3차정상회담 개최도 ‘파란불’
볼턴 후임엔 비건·훅·맥그리거 등 거론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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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되면서 이달 말 재개 예정인 북미 실무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정체됐던 북미 실무협상을 이달 말 재개하자고 제안한 직후 볼턴 보좌관이 경질된 것을 북한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강경파의 핵심으로 오랜 기간 북한과 악연을 쌓아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외교안보 사령탑으로 지명된 이후 ‘선핵폐기 후보상’의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내쳤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보다 우호적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 내 추가 핵시설 자료가 든 ‘노란 봉투’를 들고 정상회담 자리에 불쑥 참석했고,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회담 결렬의 주역으로 회자됐다. 볼턴 보좌관과 북한의 악연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국무부 차관 시절이던 200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인 독재자”라고 비난했고 북한 외무성은 “인간쓰레기”라고 맞받아쳤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 대화 기조로 바꾼 2005년 6자회담에서 비핵화 해법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발표됐지만 이행되지 못한 배경에도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지목된다. 성명 발표 직후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의 김정일 통치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했을 때 유엔 대사로서 찬성한 것이다.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이달 말 재개를 앞둔 북미 실무회담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이 퇴장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단계적 해결론을 미국이 전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빅딜이라는 게 북한이 완전히 모든 것을 포기하면 그 뒤에 가서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선핵폐기 후보상을 하겠다는 순서였는데 그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미국 정부 내에서도 리비아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미국 국무부가 등가성에 따른 비핵화 상응 조치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에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부시 행정부 때도 볼턴 보좌관의 퇴장 이후 북핵 6자회담이 활성화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미국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셈법을 바꾸라며 협상 파트너 교체를 주장해 온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볼턴 보좌관이 최근 대북 협상에 관여하지 않아 온 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볼턴 보좌관 후임으로 누가 결정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 지명 전까지 찰스 쿠퍼먼 부보좌관이 대행을 맡을 예정이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폭스뉴스 객원 출연자이자 전직 육군 대령인 더글러스 맥그리거 등이 후임 후보로 거론된다.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의 퇴장에 대해 공식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카운터파트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협상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으로 어떤 인사가 올지가 더 조심스럽지만, 핵 검증 등 강경론으로 일관했던 볼턴 보좌관 때보다는 상황이 좀 트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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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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