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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넘는 인공지능

인간 넘는 인공지능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9-04 17:28
업데이트 2019-09-0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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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새 분자 창조 신약도 발굴… 신경망 학습법 진화 인간 뇌와 통합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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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기존에 있는 여러 약물 중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분자구조를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 MIT 제공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기존에 있는 여러 약물 중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분자구조를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 MIT 제공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AI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AI 기술 발전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눈앞에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또 AI 기자, 소설가, 음악가, 미술가, 펀드매니저가 등장해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는 수준이 됐다. 얼마 전에는 수백만개의 논문을 스캔해 비교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AI 과학자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AI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수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기존의 것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AI 개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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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기하학(토폴로지)에 따르면 도넛과 머그컵은 같은 것으로 분류된다. 위상기하학은 도형이나 공간이 가진 여러 성질 가운데 연속적으로 도형을 변형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한다. 도넛 모양에 연속적 변형을 가하면 머그컵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은 같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상기하학을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수학과 제공
위상기하학(토폴로지)에 따르면 도넛과 머그컵은 같은 것으로 분류된다. 위상기하학은 도형이나 공간이 가진 여러 성질 가운데 연속적으로 도형을 변형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한다. 도넛 모양에 연속적 변형을 가하면 머그컵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은 같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상기하학을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수학과 제공
●수학적 방법 적용, 데이터 학습시간 절반으로

포르투갈 샴펄리머드연구센터, 이탈리아 볼로냐대 수학과, 고등전자시스템연구센터, 국립 정보과학기술연구소 신경과학자와 수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위상기하학(토폴로지)을 이용하면 현재 AI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AI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위상기하학적 데이터 분석’(TDA)이라는 수학적 방법론으로 현재 AI의 신경망 학습을 보완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현재 AI의 신경망 학습 방법으로 얼굴을 인식할 때는 수많은 사람 얼굴 사진을 학습해 이미지 픽셀값을 디지털화한 뒤 눈, 코, 입 등 얼굴 윤곽을 구분해 내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똑같은 얼굴이라도 뒤집어 놓거나 거꾸로 놓으면 AI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지만 위상기하학적 신경망 학습 기법을 활용하면 복잡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오류 없이 원하는 얼굴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사전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양과 학습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마티아 베르고미 샴펄리드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는 AI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인 인간의 뇌와 상호작용이나 통합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신경망 구조를 만드는 데 단초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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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자료분석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물질 합성과 이론 개발의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미국 표준과학연구소 제공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자료분석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물질 합성과 이론 개발의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미국 표준과학연구소 제공
●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개발기간 획기적 단축

한편 홍콩 인실리코 메디슨, 중국 상하이 우시 앱테크, 캐나다 토론토대 화학과, 컴퓨터과학과, 캐나다고등과학연구소, AI벡터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활용해 섬유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동물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딥러닝 기술로 섬유증 관련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DDR1 인산화효소 억제제’ 역할을 할 수 있는 6가지 새로운 분자를 설계했다. AI가 만들어 낸 신약 후보물질 분자 6개 중 4개는 생화학적 활성이 확인됐고 2개는 세포 기반 실험에서 약효가 검증됐다. 연구팀은 이 중 유력한 후보물질 1종을 선택해 생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약효를 확인했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서 동물 실험까지 일반적으로 2~3년 이상 걸리는 시간을 2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알렉스 자보론코프 인실리코 메디슨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I를 신약 개발 전 과정에 적용할 경우 10년 이상 걸리는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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