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게, 더 오래 마음껏 날고 싶어요

입력 : ㅣ 수정 : 2019-08-2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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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평창 이후 끊긴 지원·비인기 설움 딛고 스키점프 키즈들의 꿈★은 계속된다
지난 17일 강원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회장배스키대회에 참가한 대관령중학교 박채연(15) 선수가 눈 위가 아닌 푸른 잔디가 펼쳐진 땅으로 힘차게 점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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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강원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회장배스키대회에 참가한 대관령중학교 박채연(15) 선수가 눈 위가 아닌 푸른 잔디가 펼쳐진 땅으로 힘차게 점프를 하고 있다.

“하나 둘 셋 넷!”,“균형 잘 잡고 점프! 균형 잃고 떨어지면 많이 다친다!”

녹음이 한창인 폭염의 끝자락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스키점프 꿈나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은 어리지만 국가 대표의 꿈을 안고 스키점프 프로젝트팀 키즈 스쿨을 결성, 맹훈련 중이다.

여름에도 스키점프 훈련을 할 수 있는 건 서머 매트 덕분이다. 매트 위에 물을 뿌리면 눈 위에서 훈련하는 느낌과 흡사하다고 한다.
전국회장배스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스키를 어깨에 짊어지고 점프대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K15, K35 코스는 선수들이 직접 스키를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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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회장배스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스키를 어깨에 짊어지고 점프대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K15, K35 코스는 선수들이 직접 스키를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

●성격 바꾸려, 운동 좋아 시작… 지금은 “국대가 꿈”

스키점프를 시작한 지 갓 한 달 지난 장서윤(대관령초교 2학년) 어린이는 “처음에 점프할 때는 하늘을 나는 것 같아서 짜릿하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너무나 재미있어 올림픽에 나가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라고 대담한 포부를 밝힌다.

스키점프를 시작한 이유는 모두 다르다.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없어 성격을 바꿔 보고자 시작한 장선웅(13) 어린이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금은 동생 지웅(10), 서윤(9) 어린이까지 3남매가 모두 스키점프를 하게 됐다. 9년 전 강원도에 오게 된 심여은(13) 어린이는 운동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 시작한 케이스다.
스키점프 선수의 어머니들이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떡볶이, 순대, 어묵 등을 파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은 선수들의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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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점프 선수의 어머니들이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떡볶이, 순대, 어묵 등을 파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은 선수들의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올림픽 끝나자 후원 뚝… 엄마들 주말마다 벼룩시장

하지만 꿈나무들의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듯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자 우선 기업들의 지원이 대폭 줄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해외 전지훈련이 필수인데 예전에는 8~11명까지 갔지만 지금은 참여 인원이 3~4명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엔 경비가 부족해 2명만 전지훈련을 갔다고 한다.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고자 선수들의 어머니들은 주말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참가하기도 한다. 떡볶이, 순대, 어묵을 팔아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지만 하루 평균 수익이 10만원 안팎이라 후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들 꿈나무들을 돕기 위해 꾸준히 벼룩시장에 참여한다.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점프 훈련을 하고 있는 횡계초등학교 심여은(왼쪽), 대관령중학교 박채연(오른쪽)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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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점프 훈련을 하고 있는 횡계초등학교 심여은(왼쪽), 대관령중학교 박채연(오른쪽) 선수.

●평창에만 스키점프대… 유일 실업팀마저 해체

전국동계체전에서 유일하게 정식종목이 아닌 것도 문제로 꼽힌다. 동계체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려면 전국 6개 시도지사 이상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대가 강원도 평창에만 있다 보니 다른 시도지사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크다. 유일한 스키점프 실업팀이 있었던 강원랜드 하이원마저도 팀을 해체한 대신 인기가 높은 스노보드 팀을 만들었다. 국제 대회에 출전해 꾸준하게 성적을 내야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는 현실에서 실업팀이 없는 까닭에 가족들이 대회 비용과 경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대관령 초등학교 김다한 선수가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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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초등학교 김다한 선수가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스키점프 프로젝트팀 키즈 스쿨 꿈나무들이 지난 20일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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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점프 프로젝트팀 키즈 스쿨 꿈나무들이 지난 20일 평창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함께 땀 흘린 아이들… 꿈 잃지 않게 지원해줬으면

스키점프 꿈나무 세 아이의 아빠 장용이(39)씨는 “3~4년 같이 뛴 어린이들이 실력이 느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본 대회에서도 4명의 선수가 모두 10위 안에 들기도 하구요. 저희들은 이 아이들이 함께 자라 올림픽에 나가서 같이 뛰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 화합의 장으로서 스포츠를 넘어 평화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성화대만 달랑 남고 대부분 시설이 사라진 상태다. 평창올림픽을 기념할 수 있는 박물관마저도 없어 일회성 올림픽으로 끝났다는 지적이 많다.

평창올림픽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지키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무엇보다 스키점프를 비롯한 동계스포츠 종목에 거는 꿈나무들의 희망마저도 일회성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꿈이 좌절되면 우리의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미래를 내다보는 지원과 정책으로 제2의 윤성빈 선수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9-08-23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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