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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0.3%”… 무기한 파업 나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0.3%”… 무기한 파업 나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8-22 22:34
업데이트 2019-08-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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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등 5곳 파견용역 노동자 참여

쟁의권 확보 못한 8곳은 휴가내고 靑으로
“2년간 4399명 대상자 중 전환자 15명뿐”


“직접 고용”vs“자회사” 노조·병원 엇갈려
교육부 “시한 정해 강제 못해… 해법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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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650여명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 직접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결의 대회를 열고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650여명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 직접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결의 대회를 열고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즈 환자가 수술한 방을 청소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주삿바늘에 찔렸습니다.”

‘2년간 정규직 전환율 0.3%’에 분노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나선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서기화(64)씨는 “2011년 당시 결과는 음성이 나왔지만 8년째 불면증에 시달리며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며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해서 기대가 컸지만 자회사를 통한 것이라면 지금과 다를 게 없다”면서 “직접 고용이 되어야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 취급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8곳의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휴가까지 내고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정규직 전환의 완료를 진두 지휘하고 청와대 차원에서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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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3개 국립대병원 전체 파견용역직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4399명으로 이 가운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된 인원은 최근 2년간 15명(0.3%)에 불과하다. 이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우선적으로 직접 고용된 부산대병원 277명을 제외한 수치다. 2017년 7월 ‘공공부문 1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전환이 완료된 국립대병원은 강릉원주대치과병원(6명)과 부산대치과병원(9명) 단 두 곳이다.

국립대병원의 전환 비율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 봐도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7월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1단계 대상 정규직 전환 완료는 계획 대비 84.9%”라면서 “국립대 병원이 다른 기관보다 진도가 한참 낮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현지현 조직국장은 “고령의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만 기다리다가 정년퇴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 전환이 늦춰지는 이유는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와 자회사를 통한 전환을 하겠다는 병원 측 입장이 엇갈려서다. 병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내세우며 직접 고용을 꺼리고 있다. 전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 병원장들을 소집해 직접 고용 원칙을 강조했지만 국립대병원장들은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 달간 단식한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은 “국립대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 사업까지 하고 싶어 한다”면서 “교육부는 자리만 마련하고 적극적인 중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병원에 언제까지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라고 시한을 정해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병원 측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8-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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