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택지 싹쓸이·고가 분양… 호반, 수익률 최대 41% ‘폭리 장사’

입력 : ㅣ 수정 : 2019-08-0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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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유화 시도-호반건설그룹 대해부] 호반건설 신도시·공공택지로 ‘사익 추구’
15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소재 한강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 2019.7.15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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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소재 한강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 2019.7.15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호반건설이 신도시·공공택지지구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호반건설은 지난 10여년간 신도시·공공택지지구에서만 모두 2조원 넘는 분양수익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해 조성한 신도시·공공택지지구에서 서민들이 피땀 흘려 가며 모은 돈을 챙겨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그것도 모자라 편법 상속과 편법 증여를 통해 김상열(58) 회장의 세 자녀들 주머니까지 채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호반건설이 공공택지에서 어떻게 최대 41%의 폭리에 가까운 분양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무기력한 공공택지 분양가심사제도를 대폭 강화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6일 서울신문이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및 낙찰, 전매 현황’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은 신도시·공공택지지구에서 40개 단지의 아파트 사업을 진행해 평균 25.8%의 분양수익률을 거뒀다. 분양매출 대비 분양수익이 30%를 넘는 단지도 6곳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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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1개 아파트 단지 분양사업에서 최대 2000억원이 넘는 분양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2014년 11월 광명역세권 주상복합 1블록에 분양한 ‘호반베르디움 써밋플레이스’(1430가구)는 토지 매입비 1791억원을 포함한 공급원가가 약 3944억원이다. 호반건설은 이 아파트를 총 6001억원에 분양해 약 2057억원(수익률 34%)의 분양수익을 남겼다. 정리하면 호반건설은 가구당 1억 4384만원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호반건설은 또 이곳에서 상가와 오피스텔 598실을 별도로 분양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상가 분양까지 생각하면 수익률이 40%에 육박할 수도 있다”면서 “광명역세권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이 김 회장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필지의 사업권은 당초 김 회장이 대주주인 계열사에서, 장남인 김대헌(31) 부사장이 지분 85.7%를 소유한 자회사로 넘어갔다.

분양수익률이 무려 40%를 넘긴 아파트 단지도 있었다. 의정부 ‘민락2지구 호반베르디움1차’(1567가구)에서 호반건설은 분양매출 4812억원, 분양수익 1975억원으로 수익률 41.1%를 거둬, 분양받은 서민들을 말 그대로 ‘호구’로 만들었다. 인천 ‘검단베르디움’(1168가구)의 경우 분양매출이 4567억원, 분양수익이 1459억원으로 수익률이 32.0%를 기록했다. 또 부산 명지 호반베르디움 2차(694가구)와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1420가구), 시흥 ‘목감 호반베르디움 3차’(415가구) 등도 수익률이 30%를 상회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몇몇 건설사가 신도시·공공택지지구의 공동주택용지를 사실상 독점하다 보니 수익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동주택용지 ‘싹쓸이’와 ‘고가 분양’이 진행되면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난 반면 김 회장 일가의 재산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호반건설이 LH 아파트 용지에서 진행한 분양 아파트 사업비 총액은 2011년 2740억원에서 2012년 9610억원, 2013년 740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2014년 1조 4457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더니 2015년에는 무려 3조 768억원에 이르렀다. 또 2016년에는 2조 2765억원, 2017년 8426억원, 지난해 5203억원의 분양매출을 기록했다.

분양수익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1년 52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 204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2013년에는 1871억원, 2014년 4133억원, 2015년 8691억원, 2016년 5192억원, 2017년 2138억원, 지난해 1608억원을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 진입을 못 한 상황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격 총액이 3조원을 넘겼다는 것은 땅을 완전히 쓸어갔다는 뜻”이라면서 “2016년 이후 분양매출과 수익이 하락한 것은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아파트 분양 사업의 매출은 5조 8310억원, 분양수익은 1조 4881억원에 달했다. 신도시·공공택지지구 아파트 사업이 호반건설의 편법 승계, 편법 증여에 악용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공공택지가 원래 목적대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주택가격 정상화에 활용되지 않고 호반건설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재산 상속 대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호반건설 등 몇몇 중견 건설사들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떼입찰이 불가능하도록 공공택지 추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중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도시·공공택지지구의 분양가를 심사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10명 이내로 구성한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에서는 낙찰받은 땅값에 건축비와 적정 이윤 등을 보태 분양가를 정한다. 하지만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전북 전주시와 경기 과천시 정도만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고 있어 분양가 결정 과정 등에 대해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 명단과 안건심사 회의록 공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시행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택지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제도 개선에 앞서 신도시·공공택지에서 폭리에 가까운 이익을 챙긴 건설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을 비롯한 중견사들이 한 일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익을 사익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가만히 있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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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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