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놓고 한눈판다, 2025년 교통 혁명

입력 : ㅣ 수정 : 2019-07-2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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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포테이션 시대] <상>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차
레벨4 수준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되면 운전자는 독서를 하며 차량을 주행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 레벨4 수준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되면 운전자는 독서를 하며 차량을 주행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스마트폰의 원조인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보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초창기 휴대전화에 인터넷 통신이 결합된 단말기, 즉 ‘손안의 작은 컴퓨터’였던 스마트폰은 10년 만에 ‘만능 스마트 기기’로 진화했다. 게임기, 카메라, 캠코더, 웹하드, 각종 악기, 내비게이션, 신용카드, 자동차 키의 역할까지 하는 건 이미 예삿일이 됐다. 그런 스마트폰이 이제는 사회의 산업과 경제를 변화시키고 우리 삶의 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핵심 축은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다. 스마트폰의 앱 하나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물건을 배달하고, 언제 어디서든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 이른바 ‘모바일포테이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선보인 26개의 자율주행 센서가 적용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현대모비스 제공

▲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선보인 26개의 자율주행 센서가 적용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현대모비스 제공

르노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지고’.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르노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지고’.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는 ‘자율주행차’다. 운전자가 운전대, 가속 페달, 브레이크를 제어하지 않아도 입력한 목적지까지 알아서 이동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차량에 탑재된 5G(5세대) 이동통신 단말기가 차량과 차선, 도로 주변 시설물과 연결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커넥티드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율주행차의 3대 핵심 기술은 카메라와 레이더 등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인지 기술’, 차량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측위 기술’, 인지·측정된 정보로 주행 상황을 판단하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움직이는 ‘제어 기술’로 나뉜다. 이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돼 하나로 합쳐지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움직이는 자동차가 탄생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RM은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가 2025년 245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고속도로와 스마트 도로 내에서, 2030년까지 일반도로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1일 러시아 최대 포털업체인 얀덱스와 손잡고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로보택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로보택시는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범 주행에 나선다. 내년부터는 러시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앞뒤로 7m까지 움직이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기능이 가장 눈길을 끈다. 좁은 주차 공간에 주차할 때 유용한 기능으로 신형 쏘나타에 최초로 적용됐다. BMW 7시리즈에 탑재된 ‘후진 어시스턴트’도 일종의 자율주행 기능이라 볼 수 있다. 막다른 골목이나 주차장에 들어갔을 때 버튼을 누르면 운전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최대 50m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충돌 직전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고속 주행 시 앞차와 멀어지면 자동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고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설정된 속도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운전대를 자동으로 움직여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선유지보조’(LFA) 혹은 ‘차선이탈방지보조’(LKA) 시스템은 새로 출시되는 많은 차량에 이미 장착됐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아직은 운전을 보조하는 역할만 할 뿐 운전은 여전히 운전자의 몫이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는 자율주행차의 발달 수준을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분류한다. 레벨0은 사람이 자동차 운행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단계다. 레벨1은 자동긴급제동, 차선유지보조, 차선이탈경보 기능 가운데 한두 가지만 작동하는 단계이고, 레벨2는 운전은 운전자가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해 부분적인 자동화를 이룬 단계다. 현재 국내외에서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 레벨1~2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레벨3은 자동차 스스로 차선 변경과 추월 등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레벨2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되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테슬라와 독일의 아우디 등 일부 자동차 업체가 레벨3 수준의 차량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5G 통신 인프라와 관련법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레벨4~5는 사실상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레벨4는 비상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 레벨5는 아예 운전대가 없는 무인자동차 단계로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동차 선진국이 확보한 자율주행 기술력은 대부분 레벨4 수준에 도달했다. 레벨4의 상용화는 2025년쯤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5G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기 때문에 KT와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올해 안에 차량과 사물 간 통신(CV2X)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데 앞으로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도입이 사회적 갈등을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므로 택시·버스·화물차 등 운수업 종사자는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발레 파킹 요원, 대리운전 기사와 같은 일거리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 관련 업종 역시 더는 필요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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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자율주행 시대에 대중교통은 24시간 가동될 수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인이 차량을 보유할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게 돼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자율주행차와 미래의 도시관광업’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자율주행차 안에서 성매매나 마약 복용과 같은 불법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 소재 논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탑승자, 인공지능(AI), 자동차 제조사, 통신사,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누구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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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포테이션(Mobileportation)

휴대전화와 이동성을 뜻하는 ‘모바일’(mobile)과 운송, 교통을 뜻하는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운송과 이동이 자유로워진 것을 의미.
2019-07-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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