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부거래’ 아들 회사, 단 10년 만에 매출 94배 키워 그룹 장악

입력 : ㅣ 수정 : 2019-07-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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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8조 그룹지배권 ‘꼼수승계’ 어떻게 했나
재계 순위 44위인 대기업 호반건설그룹의 김상열 회장이 10여년간 계열사 일감을 최대 99% 몰아주고 합병하는 방식으로 큰아들에게 8조원 그룹 지배권을 ‘꼼수 승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창립 30주년을 맞은 호반건설이 지난 3월 새롭게 옮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신사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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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순위 44위인 대기업 호반건설그룹의 김상열 회장이 10여년간 계열사 일감을 최대 99% 몰아주고 합병하는 방식으로 큰아들에게 8조원 그룹 지배권을 ‘꼼수 승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창립 30주년을 맞은 호반건설이 지난 3월 새롭게 옮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신사옥의 모습.

호반건설그룹이 최근 포스코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신문 주식을 전격적으로 전량 인수하면서 서울신문의 3대 주주가 됐다. 공영언론의 길을 걸으며 그 어떤 환경에서도 진실의 촛불을 밝히고자 노력했던 서울신문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언론은 독립적으로 자본과 권력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하는 공공재(財)이자 사회적 공기(公器)다. 언론이 특정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중앙 종합일간지만큼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사유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금융회사 대주주 승인 때처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이번 서울신문 주식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 짓고 호반건설의 도덕성과 기업 행태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기로 했다. 호반건설이 과연 언론사 대주주로서 적합한지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작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참여연대 등이 함께했다.

호반건설그룹의 ‘꼼수 승계’ 작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계열사가 총동원돼 아들 회사의 몸집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여 온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돼서다.

●아들 21세 때 자본금 5억 마련 의문

호반건설 김상열(58) 회장의 아들인 김대헌(32) 부사장 이름이 그룹 공개 문서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8년이다. 분양대행업체인 비오토가 설립된 것은 2003년 12월인데 그로부터 5년 뒤인 2008년 첫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자본금 5억원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가 바로 김 부사장으로 등재돼 있었던 것이다. 당시 김 부사장은 21살에 불과했다. 첨단 벤처기업도 아닌 ‘레드오션’ 시장의 분양대행업체를 그 나이에 설립,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오토는 회사 이름을 호반비오토(2013년)→ 호반건설주택(2015년)→ ㈜호반(2018년)으로 바꾸면서 몸집을 키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호반씨엠과 에이치비(HB)자산관리, 스카이 건설 등을 차례로 흡수합병했다.

㈜호반이 이렇게 비대해질 수 있던 이유는 단연코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이윤아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호반의 특수관계자 거래비중, 즉 가족들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와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한 비중은 2007년 45.2%, 2008년 38.4%, 2009년 88.4%, 2010년 99.4%, 2011년 88.4%, 2012년 96.1%로 치솟았다. 2013년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2013년 ㈜호반과 내부거래가 많던 에이치비자산관리와 호반씨엠을 합병해 내부거래 비중을 급격히 줄인 것이다. 2013년 21.8%, 2014년 8.5%로 팍 줄인 뒤 2015년 39.5%, 2016년 43.6%, 2017년 35.2%로 30~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2013년부터 과세 당국이 대기업 총수일가의 꼼수 승계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제도를 본격 시행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율이 대기업은 30%, 중견기업은 40%, 중소기업은 50%를 넘으면 몰아준 일감에 증여세를 매긴다. 자녀 등에게 직접 재산을 주지 않았더라도 계열사 등을 통해 일감을 몰아줘 회사 자산을 불려줬기 때문에 이를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호반은 당시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율이 40%를 넘어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반건설과 ㈜호반의 경우는 결국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줘 아들 회사의 기업 규모를 키워 아버지 회사와 합병한 뒤 아들이 더 많은 지분을 갖도록 해 모회사의 대주주를 만들어 준 꼴”이라면서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부과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국세청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정밀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특수관계자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다 일감 몰아주기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부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는 통상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발생하고 부당성 여부나 현저한 이익이 생겼을 경우 규제가 되는데 ㈜호반의 경우 매출 측면에서 당기순이익이 가족회사 계열사로 인해 급성장했고 내부거래 의존도가 극도로 높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로 분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비율 산정 자의적 판단 개입 소지

몰아 받은 일감으로 ㈜호반의 덩치는 급격히 커졌다. 2007년 매출액 170억원, 당기순이익 223억원에서 2017년 매출액 1조 6033억원, 당기순이익 6165억원으로 확대됐다. 2007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매출보다 컸던 것은 비영업이익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부연구위원은 “㈜호반은 일감 몰아주기와 합병으로 10년 만에 매출액은 94배, 당기순이익은 28배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호반의 당기순이익이 모태기업인 호반건설의 3배까지 커졌다. 호반건설의 매출액은 2007년 1865억원, 당기순이익 174억원이었지만 2017년엔 매출액 1조 1482억원, 당기순이익 2043억원이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호반의 매출 최대치를 찍은 다음해인 지난해 ㈜호반은 호반건설에 흡수 합병됐다. 하지만 매출이 호반건설보다 더 많아 ㈜호반 주식 1주당 호반건설 주식 5.89주를 받게 됐고 이에 따라 김 부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아버지인 김 회장(10.5%)과 어머니인 우현희(53) 태성문화재단 이사장(10.8%)보다 많다. 결국 창업주에서 2세로 그룹 지배권 승계가 완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합병비율 산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도진(한국회계정보학회장)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제표 숫자만 봐도 ㈜호반이 호반건설보다 정말 가치가 높은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면서 “합병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이 비율 산정이 정말 공정했는지 확실히 정부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호반건설은 33개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이 부분이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역시 “합병비율 산출 근거에 대해 미래시점의 기대이익을 추정해 잡은 것으로 공시됐는데 미래 기대이익이란 부분은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커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맞출 수 있다”면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견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꼼수 승계 등 재벌의 일그러진 축소판처럼 돼 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중견기업을 감시할 법망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2014년부터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지만 규제대상이 대기업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중견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자녀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줘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호반건설은 2017년에야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사익편취 규제와 별도로 대기업집단이 아닌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 금지 조항을 두고 일감 몰아주기를 단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부당하게 부동산이나 상품, 서비스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면 관련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데 제재를 하려면 아들 회사 등에 일감을 몰아주고 아주 비싼 값을 쳐주는 등의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호반건설 건과 같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준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정상적인 거래 가격보다 현저하게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제재가 쉽지 않다”면서 “재벌처럼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 승계를 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는 만큼 대주주의 사익편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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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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